현대證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주역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매각 결정 내년 1월 통합 ‘KB증권’으로 새출발 내달 합병 앞둔 미래에셋대우 업계 최초·신기록 제조기 명성 증권과 화학적 통합 초미의 관심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종목 검색에서 ‘현대증권’이 사라졌어요…” 현대증권이 증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나타난 변화다.
외환위기 당시 ‘바이 코리아’(Buy Korea) 신화의 주역이었던 현대증권이 41년 만에 증시를 떠났다. 현대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사(史)의 한 축을 담당한 미래에셋대우도 ‘대우증권’의 간판을 진작에 떼고 새 출발에 나설 채비에 한창이다.
두 증권사는 각각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과 일정대로 통합 작업이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자기자본 규모 3조9500억원(양사 자기자본 단순 합산), 6조7000억원의 대형 증권사로 거듭난다. 증권가는 ‘두 형님’의 고별 무대를 통해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겪게 되는 셈이다.
▶현대ㆍ대우, 1등 DNA ‘새 판’에 심는다=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KB금융의 100%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이날부터 상장 폐지됐다. 현대증권의 전신인 국일증권이 지난 1975년 코스피에 입성한 지 41년 만의 일이다.
현대증권을 인수한 KB금융은 합병을 결의하는 이사회와 금융당국의 합병인가, 합병승인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1월1일 통합 ‘KB증권’을 출범한다.
현대증권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바이 코리아 펀드’를 출시해 펀드 열풍을 이끈 장본인이다.
‘저평가된 한국을 사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펀드는 애국심 마케팅에 힘입어 출시 4개월 만에 수탁액 10조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증시뿐만 아니라, 당시 외환위기로 침체됐던 한국경제 전반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주식을 끌어안으며 자본금 조달을 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식도 적극적으로 담아 그룹의 ‘효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2013년 12월 매각을 결정하면서 영업력에서 타격을 받았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0월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에 넘어갈 뻔했다가 매매계약이 무산돼 끝내 KB금융의 품에 안겼다. 비록 주식시장에서는 그 이름이 사라지지만, KB금융의 경영능력과 자금력을 만나 명가 회복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증시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한 미래에셋대우(舊 대우증권)도 내달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초의 코리아펀드 출시, 국내 최초의 민간경제연구소 설립, 국내 최초의 트레이딩룸 설치 등 숱한 ‘국내 최초’ 기록을 세우며 이름을 알렸다. 인재를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로 ‘증권 사관학교’로도 불렸다. 동양증권이 1973년 대우그룹에 인수된 후 1983년 삼보증권과 합병해 이름을 바꾸면서 탄생한 ‘대우증권’ 사명은 지난 5월 정관변경을 통해 사라졌다. 하지만 명칭에 ‘대우’라는 이름은 지키면서 ‘1등 DNA’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통합 증권사, 통합의 ‘새 술’을 ‘새 포대’에=두 증권사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과거 ‘흔적 지우기’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경우 임직원과 사업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분간 통합의 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사간 약 13% 달하는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현대증권이 제시한 통합인사제도 중 성과 연봉제 확대 시행,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에 임금 6% 삭감안을 제시했다가 내부 반발로 인해 철회한 상태다.
후임 사장 인선도 안갯속이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제3의 인물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KB금융에 자사주 7.06%를 염가로 매각했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이전에도 증권사 간 조직과 문화 차이는 ‘통합의 걸림돌’로 번번이 등장했다.
과거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과의 합병 당시에도 인사나 급여 문제를 맞추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NH투자증권 역시 내부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당시 대형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은 연봉 수준이 높은 편이었고, NH농협증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1사 2노조 체제가 유지된 NH투자증권은 1년 3개월이 지난 올해 상반기가 돼서야 통합 노조가 출범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화학적 통합도 초미의 관심사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인수할 당시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했다. 노조 측은 고용안정 불안을 이유로 꾸준히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며, 미래에셋대우 배지 불패용 운동과 집회 등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45년 전통의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그룹 통합 이후 내부적으로 불만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영경ㆍ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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