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막장 드라마’ 같은 미국 대선 레이스가 접입가경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성을 추행했다는 증언과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는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힐러리가 자신에게 침묵을 종용했다는 증언이 전파를 탔다.

현재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부인인 미셸 오마바가 지난 7월 “그들(공화당)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격있게 행동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말한 게 미국 대선판의 ‘간판급 문장’이 됐다. 트럼프 때문에 골치가 아플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진행한 공화당원 대학생 대상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대선을 언급하지 않은 채 “감정에 치우치지도 말고 다른 이의 감정에 의문을 품지도 말자. 그런 상황에 놓일 때는 차원 높은 행동을 하자”고 했다. 어느 쪽이든 품격을 거론하지만, 현실은 저급한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또…=트럼프의 성추문은 연속극 수준이다. CNN는 이날 트럼프가 2004년 DJ 하워드 스턴과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18세였던 헐리우드 여배우 린제이 로한을 대상으로 한 성적 농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엔 트럼프가 로한을 두고 “그녀는 어려운 곤경에 빠졌다. 그런 여성들이 침대에선 최선을 다한다”, “그녀의 가슴을 자세히 보면 주근께가 매우 많다. 나는 주근깨를 좋아한다”는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트럼프의 망신살은 같은 날 AP통신ㆍ가디언 등에도 실렸다. 트럼프를 스타로 만들어준 TV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했던 서머저보스라는 여성이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저보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2007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첫 만남에서 키스를 한 뒤 몇 주 뒤엔 강압적으로 입을 벌려 키스하더니 가슴에 손을 댔다고 저보스는 주장했다. AP통신을 저보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선거 캠프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40대 여성 사진작가 크리스틴 앤더슨이 1990년대 초반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트럼트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주장을 실었다. 당시 모델지망생이었던 크리스틴은 이 클럽에서 지인들과 대화하던 중 오른쪽 옆에 있던 남성이 손을 자신의 치마로 밀어넣더니 허벅지 안쪽을 만지고 음부까지 건드렸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은 타블로이드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트럼프의 얼굴을 알아봤고, “도널드는 상스럽다. 우리 모두 그가 상스럽다는 것을 안다. (친구들과) 그냥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의 호프 힉스 대변인은 e-메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얼굴이 알려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날조한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며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반응했다.

▶공격받는 힐러리=힐러리도 성추문 사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긴 마찬가지다. 13일 폭스뉴스엔 1978년 아칸소주 양로원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아니타 브로드릭이라는 여성이 나왔다. 그는 “성폭행 사건 발생 후 힐러리 클린턴이 찾아와 온화한 미소에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요.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했다”면서 “힐러리는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방송엔 빌 클린턴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폴라 존슨도 나와 “1991년 당시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힐러리가 찾아와 ‘당신은 매우 영리한 여성이다. 이번 일은 우리끼리 알고 덮어두자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괴로운 미국인=미국심리학회(APA)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폴을 통해 18세 이상 성인 3511명을 대상으로 선거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다가오는 대선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2%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55%, 공화당 지지자의 59%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APA의 연구ㆍ정책 담당자인 린 부프카 박사는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에 상관없이 미국 성인들이 대선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대선 이슈가 퍼지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가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는 SNS에서 이뤄지는 정치 논의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한 주간 미국 대선판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많은 미국인이 정치에 느끼는 혐오, 불안, 불신 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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