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이돌그룹은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고, 인기 록밴드는 페스티벌의 단골 헤드라이너다.
아이돌그룹 한 팀을 안정적으로 제작해 앨범 한 장을 내는 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20억원에 달한다. 고비용 고위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쏟아져나오는 이유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워낙에 막대하기 때문이다. “잘 되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끌어오는” 황금알을 품은 거위들이다.
밴드음악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어렵다지만 그 와중에도 수혜자는 등장한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며 TV 출연을 통해 인기스타가 되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헐값에 음악성을 팔았던 그룹은 단번에 페스티벌 무대의 간판스타가 돼 250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로 성장한다.
음악시장은 철저하게 부익부빈익빈이다. 지금도 홍대에는 무수히 많은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이 한 우물을 파고 있지만, 그들의 생활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인기 뮤지션들이 대거 소속된 한 레이블 관계자는 “워낙에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대의 경우 아이돌그룹처럼 오랜 연습생 생활을 한다거나 계약으로 얽히는 등 데뷔까지의 과정이 힘들지 않다. 진입장벽이 낮아 음악을 향한 꿈을 이루기엔 더 수월하나, 그만큼 수요가 넘쳐나 돈을 버는 것은 어려운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음악이 좋아 무작정 시작했지만 생업 유지가 쉽지 않으니 고민이 적지 않다. 과거 유명 밴드의 멤버로 있다 현재는 악기회사에 근무 중인 한모씨는 “음악을 그만 둔 이유는 생업의 유지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홍대에 있는 대부분의 밴드와 뮤지션들이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밴드의 경우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집안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디밴드가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음반활동과 공연을 통한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의 음악환경은 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홍대에서도 500개가 넘는 팀들이 활동 중이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라이브클럽은 턱 없이 부족하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잘 나가는 밴드가 아니고서야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심지어 음반시장은 불황이고, 음원 수익은 형편없다.
한 인디 뮤지션은 “한 달에 들어오는 평균 수입이 80만원 정도”라며 “학원 레슨 등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인디뮤지션에게 매달 들어오는 고정수입은 평균 6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50만원 이하의 음악가들도 38%에 달했다. 월수입200만원이 넘는 경우는 9%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하면 음악환경은 나아졌다지만 밴드의 시대가 지나버린 상황에 록밴드로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
1세대 록밴드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인 노브레인이 바라보는 홍대의 사정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노브레인 황현성은 “환경은 좋아졌지만 돈 벌기는 너무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원, 음반 판매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로 편중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반시장이 전체적으로 불황이니 머천다이징이나 행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행사 시장은 워낙에 사건 사고가 많다. 세월호, 메르스를 시작으로 몇 년간 많은 사건으로 행사가 다 죽어버리며 돈 때문에 음악을 그만두는 후배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몇 백만원을 들여 제작한 앨범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에 막혀 창작자가 실직적 이득을 가져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밴드는 물론 오랜 시간 버텨온 밴드에게도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은 난관의 연속이다.
1세대 록밴드로 이름을 알린 팀의 한 멤버는 “지금의 음악환경은 너무나 힘들다. 특히 밴드 음악이 죽고 힙합으로 트렌드가 넘어간 때에 많은 밴드들은 아예 창작의 의욕을 잃은 상황이 됐다”라며 “새로운 곡을 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없고, 음악을 알릴 수 없으니 수익도 들어오지 않는다. 현재는 과거의 곡을 반복해 부르는 데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활기를 도모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헌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시장 규모가 모두를 살찌우기엔 작다. 90년대 음악 시장 호황기를 보며 뛰어들기 시작한 많은 뮤지션이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 수익이 돌아가기엔 시장의 규모 자체가 작다”라며 “마치 남극에서 얼음장사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살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될리 없고 팔리지 않으니 형편이 나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품질 좋은 음악”을 제작하거나 “다른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방법인데, 애초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디뮤지션들에겐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무수히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그들의 땀과 노력이 담긴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인디씬의 자생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리스너들이 조금 더 부지런해질 필요도 있다”라며 “차트와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다보면 발견의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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