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한화 그룹내 계열사간 주가의 향방이 갈리면서 자사주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환희’와 ‘눈물’, ‘절박함’이 엿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그룹 평균주가는 올 들어 12.90% 떨어지며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사주를 발행한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생명의 주가가 올 들어 각각 39.62%, 22.06% 떨어져 그룹 내에서 급락세를 연출 중이다.
마찬가지로 자사주를 발행한 한화테크윈만 같은 기간 77.22% 상승하며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 무조건 오를 것 같은 한화테크윈의 자사주…‘환희’ = 한화테크윈에게 자사주는 환희다.
한화테크윈의 주가가 올 들어 급등하면서 한화테크윈 임원진들이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 자사주를 4만원 미만 가격대에서 매입한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7명의 평가이익은 최근 크게 상승했다.
지난 3월 말 한화테크윈 주식 5000주를 3만6600원에 매입한 신 대표는 보유 주식 평가액이 1억8300만원에서 전날 3억1500만원으로 뛰었다. 같은 가격에 주식 1000주를 장내매수한 김영한 전무의 평가이익 역시 3660만원에서 6300만원으로 상승했다.
올 초에 한화테크윈 주가가 상승할 때만 해도, 시장은 실적이 아닌 장래성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화테크윈이 지난해 4분기에 147억원의 영업손실를 기록했음에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8% 넘게 상승했다. 사업 전망이 밝았기 때문이다.
장래성 기대는 올 들어 실적 가시화와 맞물리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1분기에 3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하고, 2분기에도 역시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방산 부문에서는 K-9자주포 등이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췄고, 폴란드ㆍ인도ㆍ터키 등 수출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화테크윈은 지난 4월 한화디펜스(두산DST) 인수에 성공한 후 프랑스 탈레스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탈레스 잔여지분 50%도 인수하면서 올 4분기부터 한화탈레스 실적이 연결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에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한화테크윈이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의 평가이익 역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자사주의무보유제’가 가져다 준 ‘눈물’ = 한화투자증권의 주가가 전날 2000원대 초반으로 고꾸라지면서 한화투자증권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자사주 가치 하락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 9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의무보유제‘를 실시했다.
최근 3년의 총 보상 평균치에 비율(대표이사 225%, 본부장 150% 등)를 근거로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꾸준히 매입하도록 했다.
당시 자사주 가격이 임원은 주당 6000~7140원, 팀장은 3000~5000원 선에서 결정되면서, 직원들은 본인의 연봉보다 높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출 등을 받기도 했는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6일 한화투자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물량을 100% 청약 완료됐다고 밝힌 것도, 오히려 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전날 주가(2370원)가 신주 발행가인 2245원과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유상증자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원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물타기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913억원, 순손실 13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자본력 대비 과도하게 ELS(주가연계증권)를 발행하며 홍콩항셍중국기업(HSCEI) 급등락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 올해 2분기에 ELS와 관련해 101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2월 취임한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며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자사주 매입 직원들의 한숨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 주주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한화생명의 주가…‘절박함’ = 올 들어 한화생명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에 대한 회사의 의지는 강력하다.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은 자체 사상 최대 규모인 520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는 임원 48명이 13만9018주(9억3000만원) 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한화생명 자사주 매입은 한화생명 주가와 연관된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화생명의 주요 주주인 한화건설(지분율 28.4%), 예금보험공사(15.25%) 모두 주가 하락에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은 지난 6월 2500억원의 대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EB는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주식 등 다른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이다.
당시 한화건설은 EB를 자사가 보유한 한화생명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한화생명 주가가 교환가격 7400원에 한참 못 미쳐 주가가 올라야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자들이 곤란하게 됐다.
또 한화건설은 지난 3월 중국공상은행 등에서 1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때, 한화생명 주식 3560만주를 담보로 설정한 상태라 주가 하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주가 하락에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에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한화그룹으로의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블록세일 등을 통해 꾸준히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아직 1조41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이 남은 상태에서, 한화생명 주가가 공적자금을 회수를 위한 적정주가 1만원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게 돼 자금 회수 기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 내에서도 갖는 한화생명의 중요성은 비단 한화건설과 예보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내 금융 자회사들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향후 중간지주사 역할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실탄 확보를 위해 주가 하락을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a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