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큰 시장 퇴직연금 투자 3원칙 중요
①위험 성향 설정 ②분산 ③리밸런싱 지켜야
TDF·지수추종 ETF·반도체 등 섹터 조합도 유효
디폴트옵션·일임형 로봇어드바이저도 대안
올해 마흔두 살이 된 직장인 김정환(가명) 씨는 올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해 매월 30만원 이상 납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초부터 꾸준히 실천했다. 투자 상품으로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 국내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주식시장 호황에 계좌 수익률이 치솟자 김 씨의 투자 자신감도 커졌다. 결국 안전자산으로 여겨 보유하던 정기예금까지 해지해 투자금을 늘렸다.
멈출 줄 모르고 치솟던 코스피 지수는 김 씨가 정기예금을 털어 넣은 순간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가 9000을 넘어 1만을 넘어선다는 국내외 경제 전문가의 전망과 달리 한때 6000초반까지 떨어졌다. 김 씨는 “이러다 원금도 못 건지는 거 아니야?”라며 정기예금까지 깬 자신을 자책했다.
9월 초 답답한 마음에 은행을 찾아 연금 전략을 상담받은 김 씨. PB의 설루션은 명확했다. 바로 ‘배분’과 ‘리밸런싱’. 아무리 AI가 유망하다지만 반도체 장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기에,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지수형 ETF 등 다양한 상품을 매입해 하락장에서도 방어할 수 있는 방파제를 만들어 두라는 조언이다.
PB의 조언대로 일부 반도체 일색이던 ETF의 60%를 매도하고 나머지를 타깃데이트펀드(TDF)와 S&P500 추종 ETF로 리밸런싱을 마친 김 씨. ‘안정형’이라는 성향 대로 자산 배분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되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성장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수익률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그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좇는 것만큼 하락장에 대비하는 투자 원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Q. ETF가 정말 퇴직연금 투자에 가장 좋은 상품인가요?
A. ETF에도 다양한 상품 유형과 종류가 있기 때문에, 상품의 유형 및 종류를 잘 파악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시장대표 지수형·패시브형·다수종목 분산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고, 섹터형·액티브형·소수종목 압축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사례 처럼 본인이 ‘안정형’이라면 시장대표 지수 패시브형 상품을 활용한 코어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섹터형·액티브형·소수 종목형 상품을 섞는 전략으로 초과 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예컨대 자산배분형 상품인 TDF 또는 시장 대표지수로 분산투자되는 MSCI ACWI·S&P500 관련 상품 등을 활용하는 코어 전략에 AI· 반도체·우주항공 등과 같은 섹터형 상품으로 위성 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효해 보입니다.
Q. 손실이 날까 무섭습니다. 전문가가 골라주는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나요?
A. 퇴직연금에는 본인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지 않고도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과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입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 내의 보유자금에 대해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놓은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되는 상품입니다.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일임업자와의 일임계약을 통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생성하여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입자를 대신하여 운용하는 상품이죠.
최근에는 투자자의 상품 선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자 일부 사업자들이 포트폴리오 구독 및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디폴트옵션도 여러가지가 있던데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보유상품 만기 후 4주동안 운용지시가 없고, 이후 2주간 추가 통지에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지정해 놓은 운용방법으로 적용되어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안정형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안정투자형은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펀드의 혼합, 중립투자형 및 적극투자형은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펀드 혼합 또는 펀드로만 구성된 상품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디폴트옵션에 편입되는 펀드는 TDF 또는 밸런스드펀드(BF)로 구성됩니다.
디폴트옵션을 선택할 때에도 본인의 연령 및 운용기간, 투자성향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은퇴시기가 지났거나 연금지급 개시를 시작하신 분들은 변동성을 줄이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므로 안정투자형이나 안정형 상품 중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정리하면 은퇴 시기가 남은 분들은 보다 적극적인 상품으로, 은퇴가 임박하신 분들은 다소 보수적인 상품으로 선택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TDF와 BF도 마찬가지 기준입니다. 안정적인 투자는 TDF, 적극적인 투자는 BF입니다.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원하시는 투자자라면 혼합형(TDF+BF) 포트폴리오를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30대 초반의 공격적인 성향이면 BF, 50대 중반의 안정적 성향이라면 TDF2030(2030년 은퇴를 가정한 상품)과 원리금보장형의 디폴트옵션을 추천드립니다.
Q.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고 변경하는 데 제약사항이 있나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디폴트옵션은 내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상품만기에 따른 현금자산이 발생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셨다고 해서 바로 이 상품에 가입되는 것이 아니라 현금자산이 발생해야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어 운용되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을 지정하고 변경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디폴트옵션의 매매도 가능합니다. 매수(옵트인)란 만기자금 등이 발생했을 때 디폴트옵션의 적용을 기다리지 않고 디폴트옵션으로 바로 운용하겠다고 운용지시하는 것입니다. 매도(옵트아웃)란 운용 중인 디폴트옵션 상품을 매도하고 다른 상품으로 변경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은 전문가가 시장상황에 따라서 알아서 매매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상황이나 투자자의 성향이나 상황 등의 변화에 따라 점검해야 합니다.
Q. 전문가가 알아서 운용해 주는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떻게 운용되는 상품이고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정말로 믿고 맡길 만한 상품인가요?
A.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 등을 분석해 투자일임회사의 검증된 알고리즘으로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라 IRP 적립금의 운용을 지시하는 서비스입니다.
장기간 방치되기 쉬운 퇴직연금 자금을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ETF 등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운용체계입니다.투자 경험과 지식 부족 등으로 투자 결정에 어려움이 많은 투자자의 고민을 해소해 주며 일관된 운용 시스템을 제공하여 투자를 체계적으로 지속하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투자성향에 잘 맞추어 수익률, 비용, 손실 가능성 및 손실 폭 등의 데이터 등을 비교 점검해보고 계좌내의 일부금액을 한번 알고리즘에 맡겨 보시는 것도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해외투자 상품은 환율변동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환헤지형 상품과 환노출형 상품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요?
A. 해외 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해외 투자대상 자체의 수익률과 원화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의 환율 변동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대상의 수익률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변동여부에 따라 수익률에 가산될 수도 아니면 수익률을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해외주식과 환율은 음(-)의 상관관계가 강합니다. 따라서 해외주식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환율변동이 손실을 상쇄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투자환경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한다면 환헤지형 상품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금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환헤지 비용도 수익률 제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는 일반적으로 환노출형 상품이 유리해 보이고, 단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현재의 환율 수준 및 전망 등에 따른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높은 상황인데요,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법과 퇴직연금 수익률을 지키는 비결이 있을까요?
A. 시장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본인의 투자기간과 위험감내 수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고려하여 단기간 급등락에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투자전략과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직연금은 오늘 투자해서 내일 찾는 돈이 아닙니다. 은퇴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일정부분 성장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은퇴가 임박했다면 큰 손실을 감당할 시간이 짧기 때문에 위험자산 비중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가지에 집중하지 않는 분산입니다. 특정 국가·특정 산업·특정 자산에 몰아넣으면 시장이 급락할 때 계좌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채권·현금성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고 국내와 해외, 선진국과 신흥국 등으로 분산하면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살까’ 가 아니라 ‘어떻게 나눠 담을까’가 핵심입니다.
시장을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로 가져가기로 했다면, 주가 상승으로 주식비중이 지나치게 커졌을 때 일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누구도 시장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미리 정한 원칙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절하면 감정적인 추격매수나 공포매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김 씨와 같이 시장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포에 팔고, 환희에 사는 방식은 결국 뒷북만 치는 꼴입니다.
투자기간과 위험성향을 먼저 정하고, 적절하게 분산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 하는 ‘3원칙’이 가장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투자시에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A. 퇴직연금은 잃지 않는 투자가 중요합니다. 퇴직연금 투자는 대량득점을 통한 콜드게임 승리보다는 꾸준히 승점 1점을 쌓아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점 후 더 큰 득점으로 승리를 하는 전략 보다는 실책을 줄여 실점을 하지 않고 이기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우리는 시장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또한 시장을 예측하는 전문가도 매번 시장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투자대상 및 투자시점을 모두 분산하여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몰방 투자는 금물입니다.
[서상혁 기자/김지훈 우리은행 부부장]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