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 170억달러 감소 추산
국제유가 내년 상반기 95달러 웃돌 전망
유가 상승에 공업제품 물가 불안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동전쟁이 악화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2%포인트 높아지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7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성장률도 0.1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11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7년 NABO 경제전망: 2026~2030’에서 중동전쟁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같이 분석했다.
예정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중동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전되고 국제 원유 공급망이 복원되면서 유가가 빠르게 안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수치다. 그러나 전쟁이 악화하면 물가 상승률은 기본 전망보다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정처가 설정한 전쟁 악화 시나리오는 미국·이란 간 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후티 등의 공격으로 원유 대체 공급경로에 차질이 발생하는 데다 겨울철 난방유 수요까지 겹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올해 4분기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뒤 내년 상반기까지 95달러 이상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야 80달러대로 내려가는 것으로 설정했다.
연평균 국제유가는 올해 배럴당 95달러 안팎, 내년 90달러 안팎으로 가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을 단순 평균한 기준 시나리오보다 각각 4.2달러, 13.3달러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충격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클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기본 전망과 비교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2%포인트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0.0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6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기본 전망보다 0.32%포인트 높아지고 성장률은 0.1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7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은 0.24%포인트 낮아지는 반면 수입 증가율은 2.4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도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70.7%에 달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류를 넘어 다른 공업제품 가격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예정처는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 급등 당시 석유류 가격 상승이 내구재 등 다른 공업제품으로 일부 전이된 점을 근거로, 유가가 재상승하면 전반적인 물가 흐름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예정처는 최근 중동전쟁이 다시 악화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기본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유가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유가 상승 폭과 불안 지속 기간은 미국·이란 간 협상 타결 여부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