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 주담대 금리 7.28%로 급등
중위가격 주담대 월 상환액 1년새 1.8배↑
첫 주택 구매자 중위연령 40세까지 상승
기존 저금리 대출 보유자는 ‘갈아타기’ 포기
‘매물 잠금’ 효과에 주택시장 침체 깊어져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산층이 평범한 집 한 채를 마련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연소득 1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고,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서는 연봉 2억원으로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다. 최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미국인들의 주택 구매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7.28%로 집계됐다. 전주의 7.03%에서 0.2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주간 상승 폭으로는 약 4년 만에 최대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주담대 금리는 6.34%였다. 불과 1년 사이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오르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월 상환액도 크게 늘었다.
미국의 주담대 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5%를 넘어섰다. 미국의 주담대 금리는 10년물 국채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AP통신은 40만달러를 대출받는 경우 최근의 금리 상승만으로도 월 상환액이 약 276달러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에서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하고 주거비를 소득의 30% 이내로 유지하려면 가구 연소득이 10만9796달러(약 1억5000만원)는 돼야 한다.
이는 실제 미국의 중위 가구소득인 8만7599달러보다 2만2197달러 높다. 미국의 일반적인 가구가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매하기에도 소득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주택 구매에 필요한 소득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크게 늘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공동센터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가격 주택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연소득은 2020년 약 6만6000달러에서 지난해 12만달러 이상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위가격 주택의 월 주담대 상환 부담도 약 1700달러에서 3100달러로, 1.8배 뛰었다. 집값 상승에 대출금리 급등까지 겹치면서 소득 증가만으로는 주택 구매 비용을 따라잡기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일부 지역에서 조정되더라도 주택 구매 부담이 쉽게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높은 주담대 금리가 월 상환액을 끌어올리는 데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지난 2일 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이른바 ‘금리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지목했다.
코로나19 당시 2~3%대의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지금 집을 팔고 이사하면 7%가 넘는 금리로 새 대출을 받아야 한다. 더 좋은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자녀가 독립해 더 이상 큰 집이 필요 없어지는 등 이사 수요가 생겨도, 기존 주택을 유지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기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택 거래량은 감소하고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주택 거래량은 연간 약 400만채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는 특히 처음 집을 사려는 젊은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첫 주택 구매자의 중위연령은 40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레드핀은 별도 조사에서 첫 주택 구매자의 중위연령을 35세로 집계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젊은층의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어번인스티튜트가 지난 5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8~45세 청년층의 주택 구매 건수는 2024년 기준 2021년보다 26% 이상 감소했다.
주택을 구입하는 젊은층의 경제적 특성도 달라지고 있다. 청년 구매자 가운데 계약금으로 집값의 20% 이상을 낸 비율은 2018년 23.9%에서 2024년 27.4%로 상승했다.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을 산 비율도 같은 기간 7.7%에서 10.2%로 높아졌다.
반면 지역 중위소득의 80% 이하를 버는 청년층이 전체 구매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서 28.9%로 낮아졌다.
집을 살 수 있는 젊은층이 줄어드는 동시에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현금과 자산을 보유한 계층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강화하는 모습이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내 집 마련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레드핀 조사에 따르면 최근 주택을 구입한 밀레니얼 세대의 19.6%, Z세대의 14.8%가 계약금 마련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현금을 지원받았다.
이처럼 기존 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주택 문제가 세대 간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집을 보유한 가구는 과거의 낮은 대출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리는 반면, 무주택 청년층은 높은 집값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FT는 주택시장의 경직성이 미국 경제 전반의 활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대출금리 때문에 이사가 어려워지면 노동자의 지역 간 이동이 줄어들고 주택 거래에 수반되는 소비와 경제활동도 위축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주택 구매력 악화는 부담이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관투자자들의 단독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조치 등을 추진했지만, 장기금리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이 겹친 상황에서 주택 구매 부담을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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