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의심 환자 1년 새 급증…때 이른 유행주의보

접종 대상 14세 확대·일정 단축…21일 어린이부터 시작

WHO 균주 변경에 공급 감소…추석 전 수급 확인 권장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겨울이 오기도 전에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일찌감치 상륙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1일 이미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방역 당국은 국가예방접종(NIP) 일정을 예년보다 최대 일주일가량 앞당기고 무료 지원 대상을 14세까지 전격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권고 균주 전면 변경 여파로 국내 백신 총공급량이 전년보다 400만 도즈 줄어드는 등 공급 여건이 빠듯해, 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을 찾기 전 사전 재고 확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전년 대비 3.8배 폭증한 환자…학령기 초등학생 ‘직격탄’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6주차(8월 30일~9월 5일)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는 25.3명에 달했다. 33주차 7.5명에서 34주차 9.2명, 35주차 13.3명, 36주차 25.3명으로 4주 연속 가파른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6.6명)과 비교하면 3.8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는 11월 초인 44주차에 이르러서야 22.8명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9월 초에 이미 작년 겨울철 초입 수준을 뛰어넘었다.

병원급 입원환자 수 역시 33주차 78명에서 36주차 300명으로 4주 새 3.8배나 늘었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7~12세 학령기 아동의 의사환자분율은 75.1명으로 전 연령대 중 압도적인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세 영유아가 49.8명, 13~18세 청소년이 31.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호흡기 감염병 의심환자 검체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마저 33주차 9.1%에서 36주차 16.3%로 4주 연속 상승하며 ‘가을철 동반 유행(트윈데믹)’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올해부터 14세(2012년생)까지 무료…21일부터 접종 순차 시작

독감 유행 시계가 앞당겨지자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 사업 일정을 일제히 앞당겼다.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 지원 연령의 확대다. 2026-2027절기부터 국가예방접종 무료 지원 대상이 기존 ‘생후 6개월~13세’에서 ‘14세(2012년 1월 1일~2026년 8월 31일 출생자)’까지 늘어났다. 중학교 1~2학년 청소년까지 무상 접종 혜택을 받게 되면서 학령기 집단 감염 차단막이 두터워졌다.

접종 시작일도 당겨졌다. 당초 9월 28일로 예정됐던 어린이 1회 접종 일정을 2회 접종 대상과 동일하게 일주일 앞당겨, 오는 9월 21일부터 모든 어린이(생후 6개월~14세)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접종을 개시한다.

어르신의 경우 75세 이상(1951년 이전 출생)은 당초 10월 12일에서 10월 6일로 앞당겨 시작한다. 70~74세는 10월 12일, 65~69세는 10월 15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연령과 상관없이 10월 6일부터 접종할 수 있으며, 취약계층이 밀집한 요양병원과 시설은 백신이 도착하는 즉시 접종에 들어간다.

총공급량 400만 도즈 감소…수급 살얼음판에 의료계도 ‘경고’

문제는 백신 공급 상황이다. 이번 절기 WHO가 권고한 북반구 인플루엔자 4가 백신 조성은 지난 절기 대비 A형(H1N1, H3N2)과 B형(Victoria) 등 주요 백신주가 모두 교체됐다.

새로운 균주를 배양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생산 수율이 떨어져, 국내 전체 백신 생산·수입 물량은 지난 절기 대비 약 400만 도즈나 감소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초기 납품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조달 계약 물량 50만도즈를 GC녹십자 제품으로 긴급 대체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은 NIP용 정부 조달 물량 1233만도즈를 확보하고 민간 접종용 37만도즈를 추가 조달해 국가 사업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유통 시장의 여유는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감염병대응위원회는 “백신과 치료제 수급에 대한 의료 현장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국은 선제적으로 수급과 유통 상황을 점검해 환자들에게 백신이 적시에 공급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방문 전 잔여 백신 확인 필수…코로나·폐렴구균 ‘동시 접종’도 고려

일선 의료기관의 공급 일정과 다가오는 추석 연휴(9월 24~26일) 배송 여건을 감안할 때, 초기 특정 병·의원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일시적 품귀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인구보건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및 전국의 위탁의료기관 방문 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이나 관할 보건소를 통해 접종 가능 여부와 백신 재고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접종 기관 방문 시 어린이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보험증, 임신부는 산모수첩, 어르신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접종 후에는 현장에서 20~30분간 머물며 급성 이상반응을 관찰한 뒤 귀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세가 본격화되기 전 선제적 예방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두드러지지만, 고령층이나 면역저하자는 발열 없이 식욕 부진이나 무기력증, 의식 저하 같은 비전형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관찰이 요구된다.

김은정 인구보건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내과 원장은 “호흡기 감염병은 유행이 시작된 뒤 대응하기보다 유행 전에 예방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 접종 일정을 서둘러 확인하고, 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 상담 후 유료 접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기 질환의 중증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시 코로나19는 물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폐렴구균 백신과의 동시 접종을 검토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