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불가피한 주택 보유’ 판단 부담 대출 소극적
상속 지분 처분·무산된 분양권 등 유권해석 예정
인정땐 수도권·규제지역 70%·비규제지역 80%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성년 시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주택 지분을 상속받았다가 성인이 된 뒤 처분한 무주택자라면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주택 보유 이력이 있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되면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을 길이 열린다. 다만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 없어 은행들이 대출 취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사례별 유권해석을 내놓기로 했다.
2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과거 주택 보유 이력이 있더라도 생애최초 LTV를 적용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을 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미성년자 때 주택 지분을 상속받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생애최초 LTV 혜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로 인정되면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LTV 70%, 비규제지역에서는 80%가 적용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대출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을 강조하며 별도의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은행들은 어떤 사례까지 ‘불가피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불명확한 데다, 자체적으로 예외를 인정했다가 향후 검사 과정에서 지적받을 가능성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주택 보유 이력은 있지만 현재 무주택인 실수요자가 은행에 따라 서로 다른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출 한도와 주택 구입 계획이 은행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의 공통 질의를 취합한 뒤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 접수된 질의에는 사업 무산으로 보유했던 분양권이 실제 주택 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상속받은 주택 지분을 매도한 뒤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경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통으로 제기한 질의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해석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권해석은 생애최초 주택 구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대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연립주택·오피스텔 등의 생애최초 매수자 등기 건수는 9343건으로, 2020년 8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해석이 나오면 미성년 시절 상속이나 무산된 분양사업 등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택 보유 이력이 생긴 실수요자에 대한 심사가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별 판단 차이도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을 둘러싼 현장 혼란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한 번도 실제 거주하지 않은 1주택자를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로 보고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가 비거주 사유의 불가피성을 심사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는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등 기존 전세대출 심사 과정에서 활용하던 실수요 판단 기준이 있는 만큼 이를 준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외 인정 대상도 많지 않아 생애최초 LTV 심사보다 판단이 수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등 대출의 실수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큰 틀에서는 기존 기준을 준용해 불가피성을 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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