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신후조리원에서 RSV 집단 감염 발생

확진 절반 무증상…유증상자 격리만으론 한계

표면 생존 6시간·전파력 막강…입원율 높아 치명적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엔플론시아…차이점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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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신생아 집단생활 공간인 산후조리원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없이 번지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조용한 전파’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된 아기 중 절반 가까이가 무증상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유증상 환아의 대부분은 중증으로 직결돼 입원 치료를 받는 만큼, 단순 발열 체크를 넘어 입소 시 진단 검사와 예방 항체주사 접종 이력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염 신생아 44% 무증상…유증상자 80%는 폐렴 등 입원 치료

최근 국내 한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RSV 유행 역학조사 결과, 전체 신생아 18명 중 9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염자 중 4명(44.4%)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이었다.

반면 기침이나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난 신생아 5명 중 4명(80%)은 즉각 입원 치료를 받았다. 세부 진단 결과 모세기관지염 2명, 폐렴 2명, 패혈증 의심 1명으로 집계돼 면역 체계가 미성숙한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중증 질환으로 직결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산후조리원 내 유행이 관리 부실 때문이라기보다 바이러스 자체가 가진 침묵의 전파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유증상자 격리 중심의 감시 체계만으로는 조기 유행 포착이 불가능한 만큼 접촉자 전수 검사와 모니터링 체계가 필수적이다.

비말·물체 통해 급속 확산…2세 미만 90% 감염되는 막강 전파력

RSV는 소아 호흡기 감염병 중에서도 유독 전파력이 강력하다. 유행 시기 환자 1명이 주변 3명을 감염시킬 정도이며, 통상 2세 미만 영유아의 90%가 한 번 이상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 비말 전파뿐 아니라, 딱딱한 탁자나 플라스틱 표면에서도 6시간 이상 바이러스 생존력이 유지돼 오염된 물품을 통한 매개 전파도 잦다.

여기에 평균 4~6일의 잠복기 상태나 무증상 보균자로부터 시작되는 깜깜이 전파가 방역의 최대 걸림돌이다. 생후 1년간 영아 158명을 추적한 지역사회 출생 코호트 연구에서도 RSV 첫 감염 54건 중 12건(22.2%)이 호흡기 증상 없이 바이러스만 검출된 바 있다. 체온 측정이나 단순 문진만으로 시설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입소 검사’로 위험 차단…예방 주사 2종, 검사 영향 등 꼼꼼히 살펴야

전문가들은 산후조리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철저한 손 씻기와 식기·물품의 정기 소독, 유증상 외부인 출입 제한과 함께 모자동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무증상 잠복 환아를 걸러내기 위해 입소 단계에서 선제적인 RSV 검사를 시행하고, 부모에게 RSV 예방 항체주사 정보를 제공해 능동적 방어에 나서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신생아 및 영아가 맞을 수 있는 RSV 예방 항체주사는 2025년부터 처방된 ‘베이포투스’와 지난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엔플론시아’ 두 종류다. 두 제품 모두 생애 첫 RSV 유행 계절을 맞이하는 영아에게 단 1회 투여로 시즌 전반에 걸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기전과 투여 용량, 안전성 정보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산후조리원 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신속항원검사와의 간섭 여부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르면 베이포투스는 신속항원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엔플론시아는 투여 후 일부 검사에서 위음성(실제 감염됐으나 검사상 음성 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만약 엔플론시아를 맞은 신생아가 조리원에 입소할 경우, 신속항원검사 결과만 믿었다가 바이러스를 놓칠 수 있으므로 사전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필요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24개월 이하 소아 중 두 번째 유행 계절에 중증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의 경우 베이포투스는 추가 투여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엔플론시아는 해당 적응증이 없어 환아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형 선택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RSV 유행 시즌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태어난 아기는 생후 1주일 이내, 4월부터 9월 사이 태어난 영아는 시즌 직전인 9월 말부터 10월 초에 항체주사를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