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전 지니계수 가장 평등한데 세후는 22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나라 조세와 복지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K자형 양극화’ 고착화 우려에 저소득층을 위한 두터운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했다.
20일 OECD 소득분배통계에 따르면,가장 최신 통계인 2023년 기준 한국의 세전(시장소득)·세후(가처분소득) 지니계수 개선율은 17.6%로 통계가 발표된 OECD 29개국 중 28위였다.
29개국 평균(34.4%)의 절반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코스타리카(12.1%) 뿐이었다.
비회원국이지만 OECD가 함께 발표한 불가리아·크로아티아·루마니아를 포함하더라도 32개국 중 31위였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경제 지표로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이라는 의미다.
개선율은 세금을 떼기 전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조세·연금·복지 등 소득재분배 정책을 거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비교해 산출한다.
한국은 세전과 세후 순위가 극적으로 바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의 2023년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각각 0.392와 0.323이었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전체에서 가장 평등했지만, 세금을 떼고 연금·수당을 더한 가처분소득으로 지니계수를 평가하니 22위로 떨어졌다.
2023년 개선율 1위는 슬로바키아로 48.3%였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13이었는데, 0.213으로 개선됐다.
그 뒤로는 벨기에(47.7%)·핀란드(47.2%)·체코(43.5%)·슬로베니아(42.4%)·프랑스(42.2%) 등 유럽 국가가 상위권을 채웠다. 영국은 29.7%로 22위, 미국은 22.1%로 26위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세제도 등을 통한 소득재분배 역할이 미흡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하위권이 고착되는 양상이다. 개선율 순위는 2011년 26개국 중 23위에서 2018년 33개국 중 31위, 2023년 29개국 중 28위로 밀렸다.
개선율 자체는 2015년 11.6%에서 2020년 19.0%까지 올랐지만, 순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의 최신 개선율 통계도 큰 변동이 없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최신인 2024년 개선율은 18.5%로, 2023년(17.6%)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0.392에서 0.399로 더 불평등해지는 동안,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23에서 0.325로 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령층에서 세금·복지제도의 개선효과가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율은 18∼65세는 13.7%로 29개 회원국 중 27위였지만, 66세 이상 고령층은 29.6%로 28위였다.
OECD 평균은 각각 24.8%, 57.1%였다. 한국의 격차는 18∼65세는 11.1%포인트(p)였지만, 66세 이상은 27.4%p에 달했다.
앞서 언급한 세전·세후의 순위 역전 폭 역시 고령층에서 컸다.
한국 66세 이상의 시장소득 지니계수(0.540)는 스위스(0.519)에 이어 2위였지만, 가처분소득 지니계수(0.380)로 가면 27위로 25계단 떨어졌다. 이 낙폭은 29개국 중 가장 크다.
이뿐 아니라 시장소득에서 가처분소득으로 가면서 지니계수가 줄어든 폭은 0.160으로, OECD 평균(0.420)의 38% 수준에 그치며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66세 이상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871로 29개국 중 가장 불평등했지만, 세금과 복지 제도 등을 거치면서 0.306까지 낮아져 한국보다 평등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벨기에도 0.870에서 0.222로, 체코는 0.833에서 0.200으로 낮아졌다.
유럽은 은퇴 후 시장소득이 사실상 없는 대신 공적연금이 소득을 대체하는 구조지만, 한국은 고령층이 계속 일을 하는 구조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확장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양극화 심화 우려가 여전하고 고금리 기조로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장소득 자체는 형평성이 있는 편”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사회 안전망이나 연금제도가 대상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너무 빨리 들어와 맞춤형·선택적 복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저소득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를 당분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광석 실장도 “공적이전소득이 기본적으로 더 보강돼야 하고, 기초생활 수준이 안되는 취약계층에는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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