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CV 2026 국제 챌린지 112개팀 경쟁, 목적지 도착 성공률 90.7%
- 잘못 찾아가도 AI가 스스로 판단·재탐색, 안내·물류 ‘피지컬 AI’ 적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처음 가보는 공간에서도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국산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이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시각장애인 안내로봇부터 제조·물류 로봇까지 실제 공간에서 인간의 지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 핵심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KAIST와 구성한 연합팀이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세계적 컴퓨터비전 학술대회 ‘ECCV 2026’의 ‘VLNVerse 챌린지’에서 전 세계 112개 참가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시각-언어 내비게이션(VLN)은 로봇이 사람의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이동 경로를 일일이 입력하거나 정밀지도를 미리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로봇이 ‘사람의 말’과 ‘눈앞의 공간’을 동시에 이해해 길을 찾는 방식이다.
ETRI 필드로보틱스연구실과 명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URL-FRRS’ 연합팀으로 참가했다. 목적지만 제시하면 스스로 경로를 정하는 ‘목표물 탐색’과 여러 단계의 지시를 차례로 이해해 수행하는 ‘세부 주행’ 과제에서 평균 성공률 90.7%를 기록했다. 2위 팀과 성공률은 같았지만 대회 규정에 따라 제출 시각에서 앞서 최종 1위에 올랐다.
연구진은 잘못 멈췄을 때 스스로 오류를 확인하고 다시 목적지를 탐색하는 ‘CoRe-VLN’ 기술을 개발했다. 로봇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임무를 종료하지 않고 전후좌우 영상을 촬영한다. 멀티모달 AI가 지시받은 장소와 일치하는지, 목표물의 색상과 재질이 맞는지, 실제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를 다시 확인한다.
목적지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새로운 이동 경로를 만들어 탐색을 재개한다. ‘찾아가기→도착 여부 확인→오류 시 재탐색’ 전 과정을 로봇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다. 기존 내비게이션 AI를 추가 학습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도 활용됐다. ET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첨단 GPU 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엔비디아 H200 GPU 32장을 지원받아 80억개 매개변수 규모 AI 모델을 학습·검증했다.
ETRI는 이 기술을 시각장애인용 안내로봇 ‘가이드 독’에 적용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왼쪽 길로 가자”, “입구를 찾아줘”라고 말하면 로봇이 주변 공간과 사용자의 의도를 함께 파악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현재 서버 기반으로 구현한 90.7%의 성공률을 토대로 AI 모델을 경량화해 국산 AI 반도체에서도 실시간 구동하는 것이 목표다.
최승민 ETRI 필드로보틱스연구실장은 “로봇이 스스로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잘못 찾아갔다면 다시 목적지를 찾는 능력은 안내견 로봇이 시각장애인의 말을 안전한 이동으로 연결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명현 KAIST 교수는 “배송·안내 등 사람과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