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바레인 AWS 시설 피격…각 130·140여개 서비스 중 5개만 복구
오픈AI, 아부다비 초거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 중단
“저렴한 에너지·오일머니 공식 180도 뒤집혀”…지하화·드론 방어 검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막대한 오일머니와 저렴한 에너지를 앞세워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를 꿈꾸던 중동 걸프국가들이 이란발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핵심 데이터센터가 6개월이 지나도록 대부분 마비된 데다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계약까지 중단되면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UAE 아부다비와 바레인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시설 두 곳은 피격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화재와 진화 과정에서 서버 인프라가 대거 파손되면서 아부다비 시설의 130여개, 바레인 시설의 140여개 컴퓨팅 서비스 가운데 복구된 것은 각각 5개에 불과하다.
데이터센터 마비는 금융·기업 서비스로 번졌다. 지역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핀테크 서비스, 기업 전산망이 잇따라 장애를 겪었고 엄격한 데이터 주권 정책을 유지해온 UAE 정부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비상조치까지 내렸다.
특히 UAE가 추진해온 AI 허브 구상이 타격을 받았다. UAE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를 통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의 최첨단 AI 칩을 수입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아부다비에 5G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단지 초기 용량의 20%를 사용할 예정이던 오픈AI와의 임대 계약 체결은 데이터센터 피격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AI 데이터센터는 1GW당 최소 500억달러가 투입되는 핵심 인프라다. 막대한 자본과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춘 걸프국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혀왔지만, 시설 규모가 큰 만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공격에 취약한 고정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부각됐다.
애런 바트닉 전 백악관 기술담당관은 “풍부한 자본과 저렴한 에너지, 신속한 건설을 제시한 걸프국의 경제적 계산이 이란 전쟁으로 180도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UAE는 추가 공격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일부를 지하에 건설하거나 자체적인 드론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빅테크의 중동 투자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연내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센터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MS가 아부다비에서 추진하는 200MW 규모 데이터센터도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기술기업들이 자국에 대한 공격을 지원했다며 이들을 직접 거론해 위협하고 있어 지정학적 위험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트닉 전 담당관은 “100% 가동돼야 하고 현세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을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를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 중 한 곳에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