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반도체용 희귀가스 공급 본격화
올해 5월 희귀가스 광양서 생산 시작
국내 수요 52% 대응 가능한 설비 구축
유럽·미국 대형 위성업체와 공급 협의
러·우 전쟁 직후 네온 27배·제논 3배 급등
‘리튬+α’ 전략자원 사업으로 육성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포스코그룹이 리튬과 희토류에 이어 ‘희귀가스’를 새로운 전략자원 사업으로 키운다. 올해 광양에서 제논·크립톤·네온·헬륨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28년부터 반도체 업계에 본격 공급하고, 2030년에는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대연 포스코에어솔루션 대표이사는 최근 IR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사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 고객사가 가스 품질과 공정 적용 적합성을 검증하는 데 약 1년이 걸린다”며 “내년 품질 검증을 거쳐 2028년부터 반도체용 희귀가스를 본격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 연매출 목표를 2000억원으로 제시하면서도 “현재 가격 기준”이라는 단서를 달아, 향후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수요가 늘거나 지정학적 변수로 공급망이 다시 흔들릴 경우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이 목표치를 웃돌 여지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희귀가스는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때 가격이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뛴 바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네온의 평균 수입단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당 58.7달러에서 2022년 1612.4달러로 27.4배 뛰었다. 같은 기간 제논도 2925달러에서 9136달러로 3.1배 상승했다.
포스코에어솔루션은 지난 5월 전남 광양에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제논·크립톤·네온·헬륨 등 4종의 희귀가스 양산에 들어갔다.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중타이 측이 각각 75.1%, 24.9%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희귀가스는 공기 중에 극미량만 존재하지만 첨단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레이저 가스에 활용되고 헬륨은 반도체 장비의 냉각·열 제어 등에 사용된다. 제논과 크립톤도 반도체 식각 공정에 투입된다.
특히 제논과 크립톤은 인공위성의 전기추진체 연료로도 쓰인다. 가스를 이온화한 뒤 전기장을 이용해 외부로 빠르게 분사해 위성의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제논은 추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고, 크립톤은 경제성을 앞세워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에어솔루션은 준공 직후부터 우주항공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준공 이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준공과 함께 생산한 제논·크립톤 시제품을 공급해 지난 6월 성능시험을 실시했다. 이후 7월 위성 전기추진체 연료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달 21일에는 아시아 최초로 우주항공 품질경영시스템인 AS9100 인증도 확보했다.
해외 시장 진출 논의도 시작됐다. 김 대표는 “국내 인공위성 업체들에는 샘플을 대부분 공급한 상태”라며 “유럽과 미국의 대형 인공위성 업체와도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제품 공급 조건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희귀가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철소가 있다. 철강 생산에는 쇳물의 온도를 높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산소가, 성분을 고르게 섞고 설비를 보호하는 데 질소가 대량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제철소는 대규모 산소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에서 확보한 원료를 분리·정제해 제논·크립톤·네온 등 희귀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반도체·항공우주 산업에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리튬+α’ 전략의 일환으로, 리튬을 중심으로 양·음극재와 리사이클링, 희토류, 희귀·특수가스까지 전략자원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이다.
희귀가스 국산화를 통해 국가 첨단산업의 공급망 안정에도 힘을 보탠다는 목표다. 국내는 그동안 희귀가스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러시아가 비우호국을 상대로 희귀가스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산 공급이 끊긴 뒤에는 중국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는 문제도 나타났다.
정부도 이를 계기로 희귀가스를 공급망 안정품목으로 지정하고 국산화 R&D와 생산설비 확충, 재활용·비축,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포스코그룹의 전략은 이런 공급망 자립 흐름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반도체나 인공위성에서 희귀가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정돼 있다”며 “만약 공급이 되지 않으면 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첨단산업, 반도체 사업에 영향을 아주 크게 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포스코에어솔루션의 생산설비는 2024년 국내 수요의 약 절반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시장 수요와 수익성을 따져 생산능력 추가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에서 출발한 포스코의 ‘자원보국’ 전략이 이차전지 소재를 넘어 반도체·우주항공 핵심 자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희귀가스 국산화는 신사업 육성과 함께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