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불황기에 1.1조 투자 계약

포스코 투자 두 광산 이익 8배 급증

현지서 “포스코에 싸게 판 것 아니냐” 지적

미네랄리소스 CEO “포스코와 거래 만족…훌륭한 파트너”

연내 거래 완료…내년 실적 기여 기대

포스코 광석리튬 제련능력 7.3만톤으로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투자를 한 호주 미네랄 리소스사가 운영 중인 서호주 워지나 리튬 광산.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투자를 한 호주 미네랄 리소스사가 운영 중인 서호주 워지나 리튬 광산. [포스코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리튬 불황기에 던진 1조원대 승부수가 통했다.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한 호주 워지나·마운트마리온 광산의 이익 규모가 1년 만에 8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미네랄리소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26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기준 리튬 사업 매출은 13억1200만호주달러(1조3000억원)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이자·세전이익(EBIT)이 전년 2억2700만호주달러 적자에서 올해 5억6000만호주달러(55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미네랄리소스 전체 매출은 65억호주달러(6조4000억원)로 44% 증가하며 2006년 상장 이후 20년 만에 최고 실적을 냈다.

리튬 실적 반등에는 판매량과 가격이 동시에 힘을 보탰다.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의 리튬 정광 판매량은 총 55만9000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8% 늘어난 규모다.

포스코 투자 호주 리튬광산 수익성 1년 새 8배
포스코 투자 호주 리튬광산 수익성 1년 새 8배

포스코가 찍은 두 광산, 이익 8배 증가

포스코홀딩스의 투자 타이밍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은 개별 광산의 수익성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을 확보하기로 한 서호주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 리튬광산의 이자·세금·감가상각 등을 반영하기 전 이익(EBITDA)은 1년 만에 9300만호주달러에서 7억7200만호주달러(7600억원)로 8.3배 뛰었다.

우선 판매가가 뛴 효과다. 미네랄리소스가 판매한 스포듀민 정광(SC6)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보다 106% 상승했다. 원가 절감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워지나의 생산원가는 1년 새 13% 낮아졌고, 마운트마리온도 6% 떨어졌다.

“지금 보니 싸게 판 것 아닌가”…현지서 나온 질문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4월 미네랄리소스와 7억6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미네랄리소스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은 아니다. 미네랄리소스가 보유한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 지분을 담은 중간지주회사에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하는 구조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네랄리소스가 갖고 있던 각 광산 지분 50% 가운데 30%를 인수하는 효과를 얻어, 거래가 끝나면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에 각각 15%의 간접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미네랄리소스의 몫은 각각 50%에서 35%로 낮아진다.

포스코홀딩스 호주 리튬 투자 타임라인
포스코홀딩스 호주 리튬 투자 타임라인

계약 이후 두 광산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포스코가 저점에 투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미네랄리소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케이트 맥커천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에 지분을 너무 싸게 판 것 아니냐고 지적을 했다. 계약 이후 두 광산의 자산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게 비판의 근거였다.

이에 크리스 엘리슨 미네랄리소스 CEO는 “포스코와 체결한 거래에 만족한다”며 “포스코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답했다. 그는 포스코에 지분 일부를 넘기더라도 증산 투자를 통해 미네랄리소스 몫의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한테 받은 현금을 바탕으로 부채를 줄이고, 향후 구리 등 신규 성장사업 투자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제47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서 한-호 경협위(KABC)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왼쪽)과 마틴 퍼거슨 호-한 경협위(AKBC) 위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2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제47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서 한-호 경협위(KABC)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왼쪽)과 마틴 퍼거슨 호-한 경협위(AKBC) 위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호주 리튬, 내년 전망은 더 좋다

향후 전망도 대체로 밝다. 미네랄리소스는 2027회계연도 워지나의 리튬 스포듀민 정광 판매량을 전년보다 14~23% 늘어난 36만~39만톤으로 예상했다. 생산원가는 4~13% 더 낮아질 전망이다. 생산능력을 30%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마운트마리온은 당분간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27회계연도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1~17% 줄고, 생산원가는 13~2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 광구 개발에 따른 준비 비용이 늘어나는 영향이다. 미네랄리소스는 대신 선광 설비와 지하광산 개발을 통해 생산능력을 약 20% 늘려 60만톤까지 확대하고, 2028회계연도부터는 원가를 다시 낮춘다는 계획이다.

연내 거래 완료 전망…포스코 이익에도 보탬 기대

양사의 거래는 아직 최종 완료 전이다. 미네랄리소스는 규제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올해 말 거래를 끝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포스코홀딩스는 워지나와 마운트마리온에 각각 15%의 간접 지분과 이에 해당하는 리튬 정광 확보 기반을 갖게 된다. 두 광산이 현재와 같은 수익성을 이어갈 경우 향후 투자수익과 배당 등을 통해 포스코홀딩스의 순이익과 현금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거래가 연내 마무리될 경우 일부 효과가 올해부터 시작될 수 있지만, 연간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인화(왼쪽) 포스코그룹 회장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025년 10월 30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장인화(왼쪽) 포스코그룹 회장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025년 10월 30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이번 투자는 장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우량 자원 선제 확보’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장 회장은 이달 1일 호주를 직접 찾아 현지 정부와 자원기업 관계자를 잇달아 만나며 철광석 중심이던 한·호 자원 협력을 리튬과 천연가스 등으로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호주에서 확보한 광석을 기반으로 현재 연 4만3000톤인 광석리튬 생산능력에 2029년 연산 3만톤 규모의 신규 제련공장을 추가해 7만3000톤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까지 합치면 2033년 전체 리튬 생산능력 목표는 17만3000톤이다.

다만 ‘잭팟’ 여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리튬 가격은 변동성이 크고 마운트마리온처럼 단기적으로 투자비와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광산도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직후 대상 광산의 생산량·가격·수익성이 동시에 회복되고, 현지 시장에서 거래가격의 매력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장 회장의 1조원 호주 리튬 베팅은 일단 투자 타이밍 측면에서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리튬 공급 부족 리스크가 커지고 중국 감산과 짐바브웨 수출 규제 등으로 가격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며 “포스코홀딩스는 두 광산의 지분과 약 27만톤 규모의 리튬 정광 우선 구매권을 확보해 향후 리튬 시황 회복에 대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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