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53만8000명에 달한다. 청년 100명 중 5명 꼴이다. 이들을 사회로 다시 연결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5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창 일하고 꿈꿀 나이의 청년들이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은둔의 주요 이유 가운데 ‘취업의 어려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쉬었음’ 상태인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의 2.7%보다 6.6배 높았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 구직을 포기하고 ‘쉬었음’에 머물수록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복지 지원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지원이 자립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지 못하고 장기적인 보호에 머물면 자칫 사회와의 단절을 고착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준비가 되지 않은 청년을 곧바로 일자리로 내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장기간 경력과 관계가 끊긴 청년이 일반 노동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고립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한경협 세미나에서 나온 ‘중간 지대’ 제안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 노동시장에 바로 들어가기 어려운 청년에게 작은 일부터 경험할 기회를 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비슷한 처지의 청년을 돕는 ‘피어 서포터’를 일자리로 만드는 방안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에 맞게 다시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취업 실패가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구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업전선에서 낙오된 이들 가운데는 대기업·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려 애쓰다 좌절해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굳어질수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회에서 멀어지는 청년도 늘어날 수 있다. 한번 경력이 끊기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청년들이 자신의 상황과 능력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구직 포기도 줄일 수 있다. 노동개혁도 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이런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청년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또래 관계와 사회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이라면 일자리만 마련한다고 곧바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일자리뿐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고 사회생활을 연습할 기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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