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위성 파괴·무력화 능력 포함…구체적 무기·규모는 비공개
中·러 위성 공격 능력 강화에 대응 “우주 군비경쟁 본격화”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적국의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 무기’를 지구 궤도에 실전 배치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위성을 겨냥한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중·러의 군비경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로이 메인크 미 공군장관은 이날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이 현재 지구 궤도에서 ‘우주 통제 무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궤도상 우주 무기의 실전 배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인크 장관은 “우주군은 이제 적대 세력의 행동으로부터 합동군을 방어할 수 있는 궤도상 우주 통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종류의 무기를 어느 정도 규모로 배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WP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해당 무기에는 미군이나 미국 위성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는 적국 위성을 직접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능력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WP는 이번 공개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레이저 조사와 위성통신 교란, 공격적인 궤도 기동 등을 통해 미국 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과거 대위성무기(ASAT)는 지상이나 전투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위성을 직접 요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최근에는 위성을 궤도에 배치한 뒤 상대 위성에 접근해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레이저나 고출력 전자파로 위성의 센서와 통신을 마비시키는 ‘소프트 킬’, 로봇팔이나 추진 장치로 상대 위성을 궤도에서 밀어내거나 충돌시키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2022년 SJ-21 위성을 이용해 정지궤도에서 고장 난 자국 위성을 붙잡은 뒤 다른 궤도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위성 수리·폐기를 위한 기술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국의 군사·정찰위성을 제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역시 시험 위성을 미국 정찰위성과 같은 궤도에 접근시켜 밀착 추적하는 기동을 해왔다.
미국의 이번 공개로 우주를 둘러싼 군비경쟁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궤도상 무기의 존재를 공식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 위성을 공격할 경우 우주에서 직접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