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광화문 실제 도로서 아트리아 AI 주행
돌발 끼어들기·갓길 차량 회피 능력 공개
실수 장면도 그대로…엣지케이스 10종 대응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날, 아이오닉 6가 판교에서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주행 중인 차선으로 진입하는 이른바 ‘칼치기’로 끼어들자 아이오닉 6이 스스로 시속 100㎞에서 80㎞ 수준으로 속도를 빠르게 줄인다. 옆 차선에 차량이 차선을 침범해 있을 때는 반대 방향으로 살짝 틀어 안전하게 주행한다.
숙련된 운전자가 아닌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아트리아 AI’가 주행하고 있는 아이오닉 6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테스트베드다.
현대차그룹은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아이오닉 6 기반 SDV 테스트베드 차량의 도심 실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정형화된 시험환경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급격한 차로 변경과 갓길 주정차 차량, 차선 침범 등 각종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칼치기엔 감속·주정차 차량엔 회피…도심 실주행 첫 공개
영상에 담긴 기술은 운전자가 주행 책임을 지되 상당 부분의 운전 작업을 차량이 수행하는 레벨2++ 수준이다. 회사가 사전에 정해둔 시험장을 달리는 모습이 아니라 실제 서울 도로에서 마주치는 각종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개 영상은 크게 세 종류다. 첫 영상에서는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와 정성균 포티투닷 아트리아 그룹 GL이 직접 차량에 탔다. 차량은 판교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 동작대교를 거쳐 숭례문과 광화문까지 이동했다.
영상에서 아트리아 AI는 능숙한 운전자처럼 돌발상황에 대처했다. 급격한 차로 변경(칼치기)으로 끼어들자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대응했다. 갓길에 주차한 차량이나 차선을 넘어서 튀어나와 있는 차량에 대해선 반대로 방향을 살짝 틀어 주행을 이어나갔다.
아트리아 AI의 실수도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정성균 GL이 “차로 소멸이 임박하기 전 선제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아트리아 AI를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올림픽대로 진출 과정에서는 차로가 거의 사라지고 나서야 차선을 옮겼다. 주행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적인 운전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우회전 과정에서는 다른 차량들이 모두 출발한 뒤에도 멈춰 서있다 뒤늦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율주행차가 어려움을 겪기 쉬운 ‘엣지 케이스’들도 다수 공개했다. 영상에는 ▷갓길 주정차 차량 회피 ▷주행 중 갑작스러운 차량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혼잡 구간 보행자 인식 ▷이면도로에서 마주 오는 차량 인식 등 도심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10개 상황이 담겼다.
카메라 8개 달린 아이오닉 6…데이터 플라이휠로 학습
영상 속 차량은 ‘비히클 워크샵’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포티투닷 판교 사옥의 비히클 워크샵은 소프트웨어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차량에 넣어보는 첫 번째 검증 공간이다. 포티투닷은 판교 사옥의 1818㎡ 규모 시설 외에도 성남시 수정구에 9889㎡ 규모의 별도 비히클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다.
워크샵 한쪽에는 영상의 주인공인 아이오닉 6 기반 SDV 테스트베드가 자리했다. 외관만 보면 일반 아이오닉 6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차량에는 총 8개의 카메라와 전방 레이더 1개가 설치됐다. 윈드실드에 카메라 2개, 측면 4개, 앞뒤 초광각 카메라 2개가 배치됐다. 각 카메라는 2~3메가픽셀(MP)로 60~180도의 화각을 담당한다.
글로브박스에는 센서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는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가 들어가고 트렁크에는 차량 시스템을 제어하는 조널 제어기가 배치됐다. 이날 주행 영상에 사용된 차량은 차체만 아이오닉 6일 뿐 내부 시스템과 장치의 절반 이상에 새로운 독자 기술이 적용됐다는 게 포티투닷의 설명이다.
라이더를 단 아이오닉 5 차량도 있다. 이 차량의 목적은 데이터 수집이다. 루프 위 라이다를 비롯해 목적에 따라 카메라 12개와 라이다 1개,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가 장착된다. 포티투닷은 이런 데이터 수집 차량 약 40대를 주야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5가 실제 도로에서 데이터를 모으면 ‘데이터 플라이휠’을 통해 아트리아 AI가 이를 학습한다.
테스트 차량 규모도 앞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 GL은 “영상 속 차량은 SDV 페이스카보다 한 세대 전인 ‘SDV 테스트베드’로 10~20대가 자율주행 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곧 SDV를 그룹사에서 활용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현할 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DV 페이스카는 연말 광주에서 추진되는 레벨4 자율주행 실증사업에도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까지 아트리아 AI의 주행·주차·능동안전 등 주요 기능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 북미·유럽 등의 인증을 거쳐 2029년 하반기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양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더 많은 예외 상황을 발견하고 학습할수록 자율주행은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며 “충분히 검증된 기술만 차량에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개발 속도와 안전성을 함께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