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가 되면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던 우리의 오랜 풍습이 있다. 이제 창포물을 끓이는 집은 찾기 어렵지만, 그 은은한 향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5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이곳 베트남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다. 바로 포멜로 껍질을 달인 물로 머리를 감는 것이다. 포멜로는 베트남어로 ‘브어이’라 불리는 커다란 감귤류 과일로, 북부 푸토의 도안훙에서 남부 메콩델타까지 베트남 남북에 걸쳐 널리 재배된다.
지금 그 향수(鄕愁)는 베트남 드러그스토어 진열대에도 놓여 있다. 베트남 브랜드 코쿤의 포멜로 헤어토닉이다. 포멜로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을 담은 이 작은 병은 코쿤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코쿤은 지난해 전국 130여 개 매장을 둔 드러그스토어 체인 가디언에서 100만개가 넘는 제품을 팔며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가 됐다.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 화장품이 즐비한 진열대에서 베트남 소비자가 가장 많이 고른 브랜드가 코쿤인 셈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포멜로 껍질을 머리에 바르게 됐을까? 사실 포멜로 껍질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익숙한 재료다. 포멜로 껍질을 달인 물로 머리를 감는 방식은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부터 이어져 온 민간요법으로, 윤기 있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위한 생활의 지혜였다.
다만 바쁜 일상 속에서 껍질을 끓이고 거르는 일은 쉽지 않다. 코쿤은 이 오래된 방식을 오늘의 생활 속으로 옮겨왔다. 포멜로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에 모발 관리 성분을 더해 뿌리기만 하면 되는 토닉으로 만든 것이다. 할머니의 방식은 그대로 두고, 번거로움만 덜어낸 셈이다.
코쿤은 원료에 고향의 이름도 붙였다. 닥락 커피, 흥옌 강황, 허우장 연꽃처럼 제품 이름만 봐도 원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는 요즘 베트남 소비자에게 제품 이름에 담긴 고향의 지명은 그 자체로 믿음을 주는 단서가 된다.
매장에서의 인기는 온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코쿤의 매출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제치고 뷰티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코쿤의 이야기는 베트남 소비자가 무엇에 마음을 여는지 보여준다. 품질을 믿을 수 있는 데다 어릴 적부터 알던 재료와 향까지 담겼으니, 베트남 소비자가 이 제품을 오래 곁에 두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우리 기업에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K-뷰티 역시 인삼과 한방 원료에 담긴 이야기로 해외 소비자에게 다가간 경험이 있다.
베트남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의 브랜드는 지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이제 같은 진열대에는 베트남의 날씨와 생활, 그리고 기억까지 이해하는 현지 브랜드가 함께 자리해 있다. 우리 화장품이 쌓아온 기술력에 베트남 소비자의 일상과 기억을 읽는 시선이 더해진다면, 그 진열대는 경쟁의 무대이자 새로운 기회의 무대가 될 것이다.
단오의 창포물을 기억하는 우리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포멜로 껍질의 향을 기억한다. 코쿤은 그 기억을 손안의 작은 병에 담아냈다. 낯선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열쇠도 어쩌면 그들의 기억 속에 있을지 모른다.
장혜인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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