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부처 472개 사업 중 232개 통폐합·감액
절감 예산 고성과·전략사업에 재투자
신성장 혁신기업 매년 300개 사 발굴
R&D·금융·수출 등 묶어 최장 5년 지원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절반가량을 통폐합하거나 예산을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27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全)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방안’과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효율화를 통해 절감된 예산은 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예산을 중소기업 지원 관련 고성과 사업과 핵심 사업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매년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300개 사를 발굴해 기업당 최대 100억원+α를 최장 5년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정부의 이 같은 효율화 작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같아서 빗어낼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4조원 절감…전략분야 재투자
올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중기부와 산업통상부 등 22개 부처에서 총 671개, 31조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17개 부처 472개 사업, 25조5000억원 규모를 효율화 대상으로 정했다. 이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232개 사업을 손질해 총 4조원을 절감한다. 88개 사업을 통폐합·폐지하고 144개 사업은 예산을 감액한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해 사업 수를 19개 줄이고 2조4000억원을 절감한다. 예를들어 중기부의 도전 K-스타트업, 예비창업패키지 등 예비창업 사업은 ‘모두의 창업 지원사업’으로 일원화해 764억원을 줄인다. 산업부의 해외전시회 개별 참여 지원 등 다른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사업도 정리한다.
소액·나눠주기식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50억원 미만 소액 사업 196개 가운데 53개를 줄여 1309억원을 절감한다. 기업당 지원금이 5000만원 미만인 사업 106개 중에서는 12개를 폐지하고 32개를 감액해 2760억원을 줄인다.
성과가 낮거나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사업도 정리한다. 2023~2026년 중소기업 지원사업 성과평가 결과가 미흡한 83개 사업 가운데 13개를 폐지하고 31개를 감액해 4819억원을 절감한다. 목표를 달성했거나 경제 여건 변화 등으로 필요성이 낮아진 사업에서도 8452억원을 절감한다.
다만 정부는 소액 지원사업이 영세기업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만큼 지원금이나 사업 규모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줄이지는 않을 방침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5000만원 미만 지원이나 50억원 미만 사업을 모두 삭감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성과와 중복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효율화했다”고 설명했다.
절감된 4조원은 중소기업 지원 관련 고성과 사업과 핵심 사업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꼭 필요한 곳에 재투자하는 것이 이번 효율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기부는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도약(JUMP-UP) 프로그램’을 3단계로 확장하고 관련 예산을 올해 595억원에서 내년 1642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확대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성장 촉진과 성과’를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기업 선정평가 시 먼저 매출·고용 증가율 등 성장성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성장잠재력을 확인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최근 3년간 매출 또는 고용 증가율이 평균 5% 이상이거나 AI 기반 기업평가에서 상위 30% 이내에 해당하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내년 중기부의 중소기업·창업·소상공인 지원사업 전반에 적용한 뒤 범부처 사업으로 점차 확대한다.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발굴…100억+α 지원
정부가 재원을 집중할 또 다른 축은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등 신성장 분야다. 중기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내년부터 매년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300개 사를 발굴한다. 혁신기업에는 전문 컨설팅과 함께 사업화·금융·수출·인력·기술개발(R&D) 등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묶음으로 최대 5년간 100억원 이상 지원한다.
지원은 우선 2년간 이뤄진다. 이후 기업별로 설정한 매출·고용 증가율, 시장점유율, 투자유치액 등 단계별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 3년간 추가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당 최장 5년간 최대 100억원+α를 지원한다. 장기적으로 지원 기업은 총 1000개 사로 제한할 계획이다.
내년도 정부안에는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과 관련해 중기부 예산 2388억원이 반영됐다. 계속사업 10개에 2173억원, 신규사업 5개에 215억원이 투입된다.
중기부와 관계 부처는 지난 6월 발표한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방향’에 이어 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분야에 대해서도 분야별 대책을 마련해 10월까지 차례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성장 분야의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실질적 성과를 반드시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