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원동 중동중학교 4.2m옆 25층 대형아파트 건설 한창 완공땐 학습권 침해 불보듯 학교측 비대위구성 항의집회 교육청 중재불구 해결책 못찾아

지난 9일 오전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중학교. 이 학교 음악실과 과학실 앞에는 학교건물 3층 높이가 넘는 거대한 벽이 불과 2~3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기존 일원현대아파트(지상 5층, 16개동, 465가구)를 허물고 건설 중인 삼성 래미안 루체하임아파트(지상 25층, 12개동, 850가구) 재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을 막기 위한 벽이다. 아직 아파트 터파기 공사만 진행됐지만 건물이 높아지게되면 방벽도 따라 높아지고, 이에 따라 4층 건물 전체를 가로막을 것이란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학교 건물과 불과 4.2m 떨어진 곳에 25층 높이의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중동중에서는 학습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들 사정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학생들 학습권 침해 여부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와 완성 후 아파트 단지 사이의 적절한 거리(이격거리)를 두고 학교와 학부모, 관할 구청과 재건축 조합 및 건설사와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업 전 이격거리는 9~15m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월 변경인가가 나면서 최소근접거리가 4.2m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2014년 10월 사업시행인가 당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사업 시행 후 학교 대지 경계선에서 약 3~6m 이격해 아파트가 배치되면 학교 학습권이 침해되고 주민 사생활 역시 침해될 우려가 있는만큼 기존 이격거리를 확보하라”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결정된 것이다. 강남구 사업시행인가 당시 건축법상 이격거리인 3m를 넘겨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중동중 학부모들과 교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나흘간 재건축 현장에서 교육환경파괴에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는 새로 짓는 아파트 101~103동이 학교 대지 경계선에서 최소 10m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이면 공사장과 맞닿은 학교 건물에는 급식실이 완공, 본격적으로 급식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성호 중동중 교무부장은 “현재는 이따금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분진등에 의해 피해를 입는 정도지만 아파트 건물이 높게 올라가고 학교 급식실이 완공되는 12월 이후에는 학생 피해와 학부모 민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조망권도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 조건으로는 담보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헀다.

현재 설계대로 아파트 공사가 완료돼 입주가 시작되는 2018년 11월 이후 상황도 문제다. 김준태 중동중 교감은 “일조권과 같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문제지만, 불과 야구배트 4개를 연결한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생활공간이 노출되고, 음악실이나 학교 차임벨, 학생들의 목소리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의한 피해에도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가 학교와 이격거리를 좁히는데 혈안이 된 것은 학교와 정반대편 대로변에 완충녹지를 확보할 경우 용적률을 높일 수 있도록 건설법에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학교는 공공건물이라는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건설법이 학습권에 대해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건설사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조합측도 곤란한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설계도까지 나와 설계를 변경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해 학교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남구청 역시 이격거리 문제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것인만큼 구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구청에서 교육청과 조합 간 중재를 하고 있지만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직접 나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해결 의지를 밝혔고, 지난 6일엔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에 대책 마련을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중동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개포택지개발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향후 개포 인근 18개 지역에서 학교와 재건축 단지가 인접하고 있다”며 “학교와 재건축 건설사 간의 갈등이 향후 강남구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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