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제→단부제 전환…5월 시험 적용 8월 세종공장 전면 시행
생산량 유지 위해 설비 증설…최근 투자 규모 약 100억원
미래엔 김영진 회장 결단…“내 자녀도 다닐 공장 만들어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안전사고가 나는 시간을 보면 대부분 심야입니다. 새벽 3~4시가 되면 집중력이 가장 떨어집니다. 피곤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면서 사고가 나는 겁니다.” 세종특별자치시 미래엔 세종공장에서 만난 손종천 미래엔 P&P사업본부 상무 본부장(공장장)은 야간근무를 없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엔 세종공장은 최근 수십년간 이어온 교대근무 체계를 주간 단부제로 바꾸는 실험에 들어갔다. 통상 인쇄공장의 경우 하루 10시간 안팎의 시간을 2교대로 유지하는데 여기에 근본 골격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래엔 세종공장은 지난 5월 일부 작업장에서 단부제를 시작한 데 이어 8월부터는 공장 전체로 확대했다. 야간에 돌리던 생산설비를 낮에 집중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단부제 실험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많았다. 설비 절대 가동시간을 줄이되 생산량은 유지할 것,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노동자들의 수익이 줄어들 우려를 줄일 것 등이다. 여기에 생산량을 유지 하려면 설비 증설과 생산성을 높아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엔은 2023년까지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세종공장에 MES와 POP를 구축했다. 미래엔은 시스템 도입 후 시간당 생산량이 8.7% 증가했고, 기록관리 업무시간은 83.3% 단축됐다고 밝혔다.
미래엔은 단부제 확대 적용을 위해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세우고 진행중이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을 때 세종공장의 인쇄동 한쪽에는 유독 넓은 빈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관계자는 “이곳에 추가로 30억원 규모의 매엽기(인쇄기)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엔이 추가로 설비를 늘리는 것은 밤에 공장을 돌리지 않기 위해서다.
단부제 전환을 밀어붙인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었다. 특히 인쇄·제본 공정에는 종이와 책을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는 대형 설비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손 공장장은 제조현장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사고 유형 가운데 하나로 ‘끼임 사고’를 꼽았다. 그는 “끼임 사고가 설비 운영이 미숙해서 발생하는 것이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실제 사고 원인을 보면 피로도가 영향을 미친다.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도 야간작업의 위험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타사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한 작업자가 새벽 시간에 가동 중인 기계에서 실밥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했는데, 설비를 정지하지 않은 채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사고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 작업자는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래엔 측은 생산성 측면에서도 단부제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야간에는 피로 누적으로 휴식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주간에 인력과 설비를 집중하면 시간당 생산성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노조와의 협의도 거쳤다. 회사 측은 노조위원장과 단부제 도입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다. 야간근무가 사라지면서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회사는 기존 급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근무체계를 설계했다.
단부제 전환은 생산현장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 미래엔 측의 설명이다. 윤 공장장은 “공장은 설비와 사람의 선순환인데 2부제가 계속운영되다보면 어느 순간 좁은 문으로 들어가게 되고,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엔의 단부제가 정착되면 같은 인쇄업체 사이에서도 근로조건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손 공장장은 “직원이 회사를 선택할 때 ‘어디로 갈래’라고 하면 주간근무만 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며 “급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공장장은 부임 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건강힐링센터도 만들었다. 간호사 1명이 상주하며 직원들 건강을 꼼꼼히 체크한다.
미래엔의 단부제 실험은 야간 노동을 없애고 설비투자와 AI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밤까지 사람을 투입해 생산량을 맞추는 대신 낮 동안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비와 공정을 바꾸는 방식이다. 손 공장장의 제안에 김영진 미래엔 회장이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전면 시행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숙련인력 확보, 신규 채용 경쟁력까지 함께 높이는 것이 목표다.
관건은 생산량이다. 교과서는 신학기를 앞두고 주문이 집중되는 대표적인 계절성 제품이다. 제한된 주간 근무시간 안에 기존 교대근무 때와 같은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부제의 지속 가능성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미래엔 관계자는 “교과서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가장 바쁜 성수기다. 계절성이 강한만큼 충분히 준비해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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