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월 지니어스법상 자금세탁방지(AML/CFT)와 제재 준수 의무를 구체화한 공동 제안규정을 내놨고, 6월에는 FinCEN과 연방 은행감독기관들이 고객확인프로그램(CIP)에 관한 공동 제안규정을 내놨다. 의견수렴은 올해 8월 21일 마감된다. 발행 허가와 준비자산 요건에 쏠려 있던 논의가 본격적으로 준법 인프라라는 실무 영역으로 넘어온 셈이다.
개정안의 출발점은 허가받은 지급결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PPSI)를 은행비밀법(BSA)상 ‘금융회사’ 정의에 추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PPSI는 이사회 승인을 받은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갖춰야 하고, CIP는 내부 정책·절차·통제, 독립적 점검, 준법감시인 지정, 임직원 교육이라는 네 개의 필러로 구성된다. 이 때 준법감시인은 미국 내에 거주해야 하고 금융범죄 전과가 없어야 한다는 인적 요건까지 명시됐다. 특이한 점은 PPSI가 CIP 관련 확인서를 감독당국과 FinCEN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뉴욕주 법 Part 504 규제처럼 추후 프로그램에 결함이 발견될 경우 또 하나의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
고객확인의무의 범위도 정리됐다. PPSI는 계좌 개설 전에 성명, 생년월일 또는 설립일, 주소, 식별번호를 확보하고 신원을 검증하며 기록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나아가 제안 규정은 고객확인이 트리거되는 ‘계좌’를 PPSI와 고객 사이의 공식적 관계로 정의하면서 코인의 발행·상환, 준비자산의 운용과 보관, 개인키의 수탁 등을 그 예로 들었다. 반면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관여에 그치는 활동이나 코인을 보유·지배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고객확인의무가 트리거 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이차 유통 거래에서는 PPSI가 일방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고객확인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기존 거래관계가 없던 자가 거래소에서 코인을 취득한 뒤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청구하면 그 상환으로 고객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이차 유통 거래에 대해선 의심거래 모니터링 의무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기술적 수단을 통한 위법 거래의 차단·동결·거부의무는 적용되기 때문에 PPSI는 이를 이행할 기술적 능력을 갖출 필요성이 있고, 발행 코인이 유통되는 기반 채널의 위험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제재 규정의 준수도 강조됐다. OFAC은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PPSI에 대해 경영진의 관여, 위험평가, 내부통제, 독립적 감사, 교육의 다섯 요소를 갖춘 제재 준수 프로그램의 보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 대상자가 이차 유통 거래에서 발행 코인을 취득해 이용한 경우에도 PPSI가 미국 제재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이는 앞으로 PPSI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예정이다. 위반 시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하루 최대 10만달러의 민사 제재금이 연속적으로 부과될 수 있다.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우선 발행인에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이차 유통 거래의 거래모니터링 및 고객확인의무는 면제하는 대신 위법 거래의 차단·동결 의무를 부담시킨 것은, 발행인이 수행가능한 범위 내의 의무로서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향후 우리나라의 규제 설계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미국 제재 규정이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발행자도 이를 인식해 미국 제재 규정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관련 논의와 함께, 어느 수준의 준법 인프라를 전제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영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