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데 반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여전히 낮아지면서 노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55~79세 중·고령층은 생애 자산이 정점에 이르는 동시에 은퇴와 자산 인출이라는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 시기의 금융 관리 실패는 회복이 어렵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고령층의 금융역량은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전국 중고령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노후 준비 수준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44%는 장례, 상속·증여 등 사후 계획이 없었고, 노인 돌봄이나 자산 관리 위임 등 건강 악화에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비율도 매우 낮았다. 또한 은퇴 가구의 32.5%는 생활비 부족을 겪고 있었으며, 부채 보유자의 61%는 빚이 과도하다고 인식하는 등 재무적 불안정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 지식과 금융 후생의 관계다. 일반적으로 금융 지식이 높을수록 금융 후생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분석 결과 금융 후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금융 지식 자체보다 긍정적인 금융 행동의 실천이었다. 수입·지출 관리, 신용카드 대금 전액 납부, 연금 가입, 노후 계획 수립, 금융 자문 활용, 디지털 금융 이용 등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재정 상태가 양호하고, 경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 지식과 금융 행동이 모두 낮은 ‘금융역량 취약 집단’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시급하다. 이들은 주로 고령층, 여성, 저학력·저소득층으로 구성되며,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중·고령층의 금융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공적 재무관리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조사 결과 금융감독원이나 국민연금공단의 무료 재무 상담 서비스는 이용자 만족도가 70% 이상이었지만, 응답자의 76%는 이러한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따라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홈페이지에서도 재무 상담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금융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과 대면을 병행하는 혼합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직관적인 화면 구성과 오류가 발생해도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설계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을 위한 신용·부채관리 등 시의적절한 대면 상담도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셋째, 긍정적 금융 행동의 실천을 가로막는 행태 편향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출상품 선택 시 승인의 편리성이나 신속성을 우선시해 고비용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총상환 비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노후의 재무적 불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과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고령층이 올바른 금융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역량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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