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97년 4월 15일, 젝스키스는 데뷔와 동시에 HOT와 함께 가요계의 양대산맥을 이뤘다. 젝스키스의 막내 장수원보다 한 살이 어리다는 김소영 씨(36)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젝스키스가 데뷔했다. 그 때엔 우리가 좋아할 만한 아이돌그룹이 지금처럼 많지 않아 무조건 HOT 아니면 젝스키스였다”며 “처음엔 HOT를 좋아했었는데 젝스키스의 등장과 동시에 빠져 청소년기를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젝스키스가 활동했던 시기는 불과 4년이었다. 정확히 계산하면 3년 1개월, 이 기간 젝스키스는 다섯 장의 앨범만으로 19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무려 32개의 1위 트로피를 가져갔다. 2000년 5월 18일 젝스키스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멋있게 헤어져야 하는데…미안해요”(이재진)

콘서트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2000년 5월 18일, 노란빛으로 빛나던 나의 세상이 사라졌다.” 기적 같은 일이 진행됐다. 지난 4월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2 젝스키스’ 편을 계기로, 16년 만에 젝스키스의 활동이 시작됐다. 사업가가 된 고지용을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들은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 첫 활동이 지난 10, 11일 양일간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젝스키스의 단독콘서트 ‘2016 젝스키스 콘서트 옐로우 노트(SECHSKIES CONCERT YELLOW NOTE)’ 였다. 콘서트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11일 오후 체조경기장은 16년 전 풍경 그대로였다. 젝스키스 팬의 상징(팬클럽 옐로우 노트)인 노란 풍선이 파랑 하늘을 메우며 16년 전 팬들을 맞았다.

“다들 너무 잘 컸다. 너무 예뻐. 말을 놔도 될지…”(은지원) “말 놔요 ~!” “한 분 한 분 인격을 존중하고 싶고…”(은지원)

1세대 아이돌 그룹도, 그들을 사랑했던 팬들도 시간의 길이를 실감했다. 공연장에는 30대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눈에 띄었다. 물론 20대의 어린 관객도 적지 않았다. ‘무한도전’을 통해 유입된 10대, 20대 팬층이다. 그 덕에 젝스키스 멤버들은 “요즘 친구들이 쓴다는 용어들도 배우고”(은지원) 있다.

16년을 기다린 오랜 팬들은 교복 대신 성인의 모습으로, 선선한 가을 주말 편안한 복장으로 이 곳을 찾았다.

‘컴백(Com‘ Back)’으로 시작된 콘서트는 ‘로드 파이터’, ‘사나이 가는 길’까지 쉼 없이 몰아쳤다. “예전엔 여섯 곡을 내리 했었는데”(은지원) 지금은 세 곡 연속 노래와 안무도 힘든 나이가 됐다. “안녕하세요. 죽을 것 같아요.”(장수원) 막내의 나이가 서른일곱이다.

젝스키스의 공연은 애초 6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9월로 미뤄졌다. “공연 준비만 3개월”(은지원)을 해온 멤버들은 그 때처럼 격렬한 안무를 소화했고, 안정적인 보컬을 들려줬다.

연령대는 높아졌지만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여느 아이돌그룹의 공연 못지 않은 풍경들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그 시절 노란 풍성과 플랜카드가 전부였던 소녀팬들의 손에는 멤버 이재진이 제작에 참여한 공연용 굿즈인 응원봉을 들려 있었다. 이전엔 없던 광경이었다. “2017년 새로운 응원봉이 나온다”는 이재진의 이야기에 리더 은지원의 답변은 압권이었다. “응원봉이 있는데 그걸 또 팔게? 조금씩 바꿔서? 대기업 마인드네.”(은지원)

떼창은 물론 그 시절 응원구호 역시 변함없이 흘렀다. ‘무모한 사랑’에 맞춰 ‘젝키짱’을 연호하는 다 자란 소녀팬들의 함성은 여전했다. 앵콜을 요청할 땐 ‘커플’을 부르며 “오 러브, 젝키 사랑해”를 부르는 것도 여전했다.

젝스키스는 “꿈 같은 현실”(강성훈)이라고 입을 모으며 “16년만 더 보자”(은지원)는 말로 이 벅찬 시간들을 약속했다. 이날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이후 내놓는 신곡 ‘세 단어’도 공개했다. 에픽하이 타블로와 프로듀스 팀 퓨처바운스가 작업한 곡이다. 은지원은 “처음으로 즐기면서 녹음이라는 걸 해봤다”고 말했다. 16년간 기다려준 팬들의 마음을 담은 가사처럼 멤버들은 “팬들의 입장에서 노래를 불렀다”.

오프닝과 동시에 “땀구멍이 열리는” 나이가 됐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젝스키스의 ‘학원별곡’을 들으며 성장한 소녀팬들은 이제 입시지옥 대신 생존지옥을 살아가는 나이가 됐다. 이날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김소영 씨는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 뭉클했다. 고등학교 3년을 함께 보낸 팬이었는데, 가장 짧고 뜨거웠던 시간이었다”라며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남편 김우준 씨는 “공연 내내 고등학생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 때는 한류가 없었다”(은지원)지만 현장엔 중국에서 날아온 팬들도 있었다. 콘서트 후 만난 양시(30)씨는 서툰 한국말로 “남자친구가 젝스키스를 좋아해 함께 왔는데,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중국에서도 젝스키스를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기억해줄래’와 ‘그날까지’였다. 2000년 5월 18일, 은퇴 당시에도 불렀던 노래다. 슬프고 아팠던 노래가 재회의 노래가 됐다. 은지원은 “무대는 우리가 준비했지만 주인공은 여러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했다. 강성훈은 “저희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다시 받게 될 줄 몰랐다. 여러분과 젝스키스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말로 새로운 시작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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