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 건의서’ 제출
사업장 인원 제한 없앤 개정 산안법 우려
규모별 1~5명 정원 등 안전장치 촉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인원 제한 없이 추천할 수 있도록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근로자 참여를 넓힌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명예감독관이 대규모로 위촉되면 작업중지 요청이나 사업장 감독 참여가 노조의 교섭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개선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명예감독관은 작업 현장의 자율적인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감독에 참여하고 사업주에게 안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급박한 산업재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때는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임시건강진단 실시 요청과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지도 등의 업무도 맡는다.
논란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규정 개정에서 시작됐다. 기존 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사람을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개정법은 ‘위촉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근로자대표가 후보자를 추천할 때 사업주의 의견을 듣도록 했던 절차도 없어졌다. 고용부 예규에 있던 ‘사업장별 1명 위촉 원칙’ 역시 삭제됐다. 근로자대표가 인원 제한 없이 추천하고, 정부는 이를 의무적으로 위촉하는 구조가 됐다는 게 경총의 지적이다. 고용부가 사업장을 감독할 때 해당 사업장의 명예감독관이 참여하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다.
경총은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안전 활동보다 임금·단체협약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집단 추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예감독관이 대규모로 위촉될 경우 작업중지 요청이 남발되면서 정상적인 생산 일정과 공정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위험 여부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동안 생산이 지연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작업량 확대가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총은 기업의 정상적인 인사·노무관리까지 분쟁 대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명예감독관의 직무 수행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총은 정당한 인사평가나 배치전환조차 ‘불리한 처우’라는 이유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활동 시간의 유급 인정 범위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행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고용노동관서는 추천서를 받은 뒤 위촉장과 감독관증을 발급하고, 위촉 통지와 향후 해촉 심사까지 맡아야 한다. 경총은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근로자 1000명 미만 사업장은 1명, 1000명 이상 1만명 미만은 3명 이내, 1만명 이상은 5명 이내 등 사업장 규모별 정원 설정을 제안했다. 법률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고용부 예규부터 바꿔 기업 규모별 적정 인원을 권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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