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25년 만에 꺼낸 새 럭셔리 브랜드
2027년 하반기 전국 7개 전시 공간 마련
2028년 초부터 신모델 순차 출시 예정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BMW그룹이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BMW 알피나’를 앞세워 한국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의 가격·브랜드 영역을 메우는 독자 브랜드로, 국내에는 2028년 초부터 신모델이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에서 ‘BMW ALPINA 서울 시그니처 모먼트’를 열고 BMW 알피나의 브랜드 철학과 국내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BMW 알피나 브랜드를 소개하는 아시아 첫 커뮤니티 행사다.
BMW 알피나는 BMW그룹이 약 2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다. BMW그룹이 알피나 상표권을 인수한 뒤 올해 1월부터 관련 권리가 공식 이전되면서 ‘BMW ALPINA’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올리버 필레히너 BMW 알피나 브랜드 총괄 부사장은 “BMW그룹이 새로운 브랜드를 맞이한 것은 약 25년 만이다. 마지막은 롤스로이스가 BMW그룹에 합류했을 때였다”며 “BMW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알피나는 1965년 독일 바이에른주 부흐로에에서 부르카르트 보벤지펜이 시작한 브랜드다. BMW 차량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튜닝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독립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약 2600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BMW가 알피나를 별도 브랜드로 키우려는 배경에는 고급차 시장의 변화가 있다. 과시적인 럭셔리보다 희소성, 장인정신, 개인 맞춤형 경험을 중시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도 단순한 고성능 모델을 넘어 브랜드 고유의 서사와 맞춤형 제작 경험을 결합한 최상위 라인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BMW 알피나는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에 위치한다. BMW 7시리즈와 X7 위쪽, 롤스로이스 아래쪽의 최상위 럭셔리 시장을 겨냥하는 구조다. 벤틀리,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레인지로버 상위 라인업 등이 경쟁하는 영역이다.
막시밀리언 미쏘니 BMW 알피나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알피나의 핵심 철학을 ‘절제된 자신감’으로 설명했다. 그는 “알피나는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차였다”며 “깊은 안목을 지닌 사람들은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도 이 차가 강력한 성능과 럭셔리를 모두 갖춘 알피나라는 사실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BMW 알피나가 내세우는 또 다른 키워드는 ‘스포츠가 아닌 속도’다. 트랙 주행 성능을 앞세우는 BMW M과 달리, 장거리 주행에서 빠르고 편안한 그랜드 투어러 성격을 강조한다.
미쏘니 부사장은 “알피나가 장거리에서 최고의 안락함과 높은 성능을 함께 제공하는 차로 BMW M과 분명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성능도 최상위급으로 맞춘다. BMW 알피나에는 전용 트윈파워 터보 V8 4.4리터 가솔린 엔진이 제공될 예정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함께 준비 중이다. BMW 알피나는 고속 주행 성능과 정숙성, 장거리 안락함의 균형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고급 소재와 맞춤 제작도 강조한다. 실내에는 자동차용 가죽 가운데 최고급으로 꼽히는 라발리나 가죽이 적용된다. 외장에는 100가지가 넘는 스페셜 컬러와 알피나 시그니처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20가지 가죽 컬러와 26가지 스티치 컬러 조합을 제공할 예정이다. 맞춤 주문의 최상위 단계인 마누팍투어 옵션도 운영된다.
필레히너 부사장은 “BMW 알피나에서 보고, 느끼고, 만지는 모든 것은 한 단계 높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BMW 알피나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 맞춤화는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브랜드 디자인도 기존 알피나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다듬는다. 대표 요소인 차체 측면 ‘데코 라인’은 스티커 방식이 아니라 클리어 코트 아래에 직접 도장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표면을 만졌을 때 단차가 느껴지지 않도록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알피나를 상징하는 20스포크 휠도 전용 디자인으로 계승된다.
BMW는 이날 브랜드 비전을 보여주는 콘셉트카 ‘비전 BMW 알피나’도 소개했다. 이 차는 1978년 알피나 B7 쿠페에서 영감을 받은 전장 5.23m의 대형 2도어 GT 쿠페다. 강한 샤크 노즈, 닫힌 형태의 키드니 그릴, 전면 스플리터의 ALPINA 워드마크, 네 개의 타원형 배기구 등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BMW 7시리즈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3077대 판매됐다. EQS 세단을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1236대 많은 수치다.
김강민 BMW코리아 세일즈팀장은 “이 같은 성과는 대형 럭셔리 자동차를 선택하는 고객의 안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고객은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보고 차를 고르지 않는다. 상품성과 럭셔리한 경험, 개성 표현 등 새로운 가치를 함께 살펴본다”고 말했다.
한국 초고가 수입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대형 모델 판매량은 2014년 약 1만2000대에서 2025년 약 3만4000대로 2.8배 성장했다. 마이바흐, 람보르기니, 벤틀리, 페라리 등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판매량은 같은 기간 452대에서 2605대로 5.8배 늘었다.
BMW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BMW 알피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2027년 초부터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본격 소개하고, 2027년 하반기에는 전국 7개 BMW 알피나 전시 공간을 열 계획이다. 별도 독립 전시장이 아니라 기존 BMW 전시장 안에 전용 존을 꾸리는 방식이다.
김 팀장은 “한국에도 7시리즈를 넘어 한층 더 절제된 럭셔리를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2028년 초부터 새로운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국내 BMW 알피나 라인업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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