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일 장중 한때 156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주간 거래 종가 역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장중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16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 상승을 이끈 것은 엔화 약세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넘어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여파로 원화도 동조화 흐름 속에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엔저 흐름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하루 기준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매도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하루 1조원 안팎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이 다시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반기 말 집중된 글로벌 리밸런싱 물량이 해소되면 완화될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줄곧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1300원대 중반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상당하다. 수입 물가 부담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원유·가스·곡물 등 에너지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국제 가격 상승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생산비와 물류비 전반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마진 축소로 경영여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어 내수에도 걸림돌이다.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은 전에는 볼 수 없던 일이다. 향후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본격화하면 추가적인 달러 수요가 발생해 원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불안을 완화할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급격한 쏠림을 제어할 수 있다. 대미 투자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환전하지 않고 해외에 유보하는 것도 대책이 필요하다. 대미 투자를 앞둔 기업으로선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국내로 환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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