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계획해온 공장 일부를 빌리거나 인텔 및 주요 클라우드 업체와 합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아직 검토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예사롭게 볼 사안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는 주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 중심이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램 생산까지 미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해왔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최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안에서 완결하려는 구상을 꾸준히 밀어붙여 왔다.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추진한다면 미국에서 웨이퍼 공정부터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트럼프 정부로서도 적지 않은 성과가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인건비와 건설비가 높고 반도체 소재·장비 공급망도 한국이나 대만만큼 촘촘하지 않아 생산비가 더 많이 든다. 새 공장을 짓는다면 투자비와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인텔의 시설을 활용하면 이런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인텔이나 주요 클라우드 업체와 합작하면 현지 생산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도 나눌 수 있다. 미국 시장과 고객에 가까워지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와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그런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전적으로 기업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국의 첨단전략산업 생산기반이 해외로 옮겨가는 문제는 고려할 게 적지 않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안보와 공급망의 핵심이다. 해외 생산으로 국내 생산 기반과 소재·장비 생태계, 고급 인력까지 약해진다면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막을 수도 없다.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생산시설을 끌어가는 상황에서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AI(인공지능)기술 고도화에 힘입어 호황을 맞고 있지만 호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AI투자에 대한 회의론과 감속론이 커져 수요가 꺾이면 반도체 시장도 언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고 일본도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의 양적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국내의 연구개발과 초격차 기술, 핵심 인력을 지키고 키우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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