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호남의 대규모 반도체 단지 조성 계획에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논리에 의한 기업 압박과 지역편향 정책이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말 사이 소셜미디어에 용수, 전력, 인력 등 인프라 조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이에 바탕한 기업들의 판단이라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연이어 올려 반박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급증한 영업이익을 두고 노조의 파업 결의와 정부의 조정까지 가는 성과급 갈등을 벌였다. ‘N% 성과급 요구’(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는 전 산업계로 확산돼 하반기 임금협상의 최대 난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전례없는 호황이 우리 사회의 갈등 유형과 양상을 바꾸고 있다. 지역 갈등은 호남에 대한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인한 차별 논란 뿐 아니다. 공장, 용수, 발전소, 전력망, 데이터센터 등 유치를 두고 기피시설은 거부하고(님비), 편익시설은 환영하는(핌비) 현상이 전국화하고 있다. 반도체 이익 문제는 노사간 임금 문제를 넘어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둘러싼 국가적 의제 중 하나가 됐다.

반도체 갈등은 국가간, 글로벌 기업·산업간에서도 더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와 공급망 경쟁, 인공지능 모델의 사용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가격이 치솟자 애플은 최근 자사 제품 가격 인상 정책을 발표하며 부품 가격 폭등이 “100년만의 홍수”라며 사실상 메모리업체들을 직격했다. 그러자 마이크론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그동안 납품가를 후려친 고객사 때문이라며 애플을 겨냥해 맹비난에 가까운 반박을 했다. 업계는 애플의 급작스러운 성명이 미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 중국산의 저렴한 칩을 사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국가의 재정·통화정책에까지 영향을 주는, 반도체로 인한 물가상승을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면, 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반도체 갈등은 ‘칩플릭트’(chip+conflict)라 명명할 수도 있겠다. 이제 정부는 국가와 글로벌 기업간 벌어지는 반도체 경쟁의 주체이자 전략적 투자자이며, 지역·산업·계층·직종·노사간 공정한 조정자로서 역할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또 반도체 투자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고 보전하는 ‘사회적 보상과 상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새로운 의견수렴 체제와 모델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마땅히 이를 설계·실행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정당을 운영하고 국정을 맡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AI시대 정치의 본질이자 혁신일 것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