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기자간담회
“자본시장 개편, 자금조달 위축 우려
성급한 시행은 혁신기업 등에 피해”
벤처업계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편 방향에 대해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유예하고, 중복상장 금지 조항에 벤처기업을 위한 예외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중복 상장 규제 등이 자칫 벤처·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위축시켜 국내 혁신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혁신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송병준(사진) 벤처기업협회장은 이날 “코스닥 활성화는 지난 20여년간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벤처생태계의 오랜 과제”라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제도는 전통 금융의 관리·통제 시각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라고 밝혔다.
벤처업계는 특히 코스닥 시장이 단순한 주식거래 시장이 아니라 벤처투자의 회수(Exit) 시장이자 혁신기업의 성장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올해 4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1603개 사 가운데 벤처 이력기업은 1274개사로, 전체의 79.5%를 차지한다. 시가총액 비중 역시 81.1%에 달한다. 최근 4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 127개사 중 114개사(89.8%)도 벤처기업이었다. 코스닥의 정체성 자체가 벤처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벤처업계는 현재 논의 중인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장사를 우량 기업과 일반 기업으로 나누는 세그먼트 개편을 추진 중이다. 벤처업계는 하위 시장 편입 기업에 대한 ‘낙인 효과’와 자금 조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도 유사한 개편 이후 시장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딥테크 기업들은 연구·개발(R&D) 기간이 길어 단기 실적이 낮은 경우가 많다. 시가총액이나 영업이익 중심의 분류가 이뤄질 경우 기술력과 무관하게 하위 시장으로 분류돼 ‘비우량 낙인 효과’를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저평가된 혁신기업 특성과 잠재력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실질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을 유예하고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벤처업계는 중복 상장 규제에 대한 예외 기준 마련도 요구했다. 최근 자회사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벤처업계는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과 벤처기업의 스핀오프 및 신사업 육성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벤처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56.4%가 중복 상장 금지 시 자회사 성장 전략이 제한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 유치와 회수 어려움(49.1%), 기업가치 상승 기회 제한(45.5%), 기업공개(IPO) 기회 감소(34.5%) 등이 뒤를 이었다.
벤처업계는 특히 상장사가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육성·상장시키는 구조가 벤처생태계의 핵심 선순환구조라고 강조했다.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될 경우 벤처캐피털(VC)의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초기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 역시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고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내년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데 지난주 기준으로 300개가 넘는다”며 “전체 코스닥 시장의 20%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창출 이전의 기술기업에도 자본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일부 사례 이후 사업성과 매출 검증이 강화되면서 기술기업들의 상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는 평가기관 간 기준 편차를 줄이고 업종별 가이드라인과 표준 실사 범위를 마련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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