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싸우자 귀신아’에서 절대 악령을 연기한 배우 권율(34·사진)은 극을 끌고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택연과 김소현의 러브라인과는 전혀 관계 없는, 미스터리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끌고가면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봉팔(택연)과 현지(김소현) 사이에 들어가는 삼각관계가 아니라 독자적인 서브플롯으로 간 게 어느 순간 불을 튀길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다. 주혜성(권율)의 스토리와 트라우마를 담아보려 했다.”
공포물에서 귀신은 거의 사회적 약자다. 소외받은 마이너의억압과 분열과 이중성이 악귀나 악령의 형태로 드러나 현대 사회 불안의 징후를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가정폭력과 학대의 희생자였던 권율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죽이라는 악귀에 현혹되어 아버지를 죽였고 이후 어머니에게도 외면당했다. 권율은 악귀에게 지배 당해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살해를 계속 저질렀다.
“가장 큰 피해자인 주혜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을까? 귀신이 몸에 들어가고 그걸 받아들이는 건 초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소외받고 핍박 받은 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주변에 있는 ‘어린 혜성’에게 조금 더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런데 예쁘장한 배우 권율이 어떻게 악령이 씌워진 캐릭터에 캐스팅됐을까?
“‘식샤를 합시다2’의 박준화 PD 등 제작진과 소통을 계속해왔는데, 박 PD님이 다정다감하게 생긴 친구가 무서운 역할을 하면 임팩트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감독을 믿고 주혜성을 연기하게 됐다.”
권율은 독특한 캐릭터인 혜성을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초반에는 혜성에 대한 공감요소가 없어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소통을 유지한다는 게 매우 어려웠다. 참고할만한 배역도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변호사 얘기인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에서 검은 정장으로 나와 깔끔한데 싸한 분위기인 키아누 리브스 외에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초반에는 기술적으로 접근했다. 주혜성 눈은 뜨거운 눈이 아니라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눈, 아무 데를 응시하는 눈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차분하고 냉정한 주혜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연기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간간이 등장했던 액션신도 좋았다.
“귀신역에 도전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막상 연기하는 건 어려웠다. 귀신이라고 생각해도 어려웠고,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어려웠다. 말이 되냐 안되냐를 따지니까 더 어려웠다. 기운으로 사람의 목을 조르고 죽이기도 했다.”
권율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데뷔했다. 특유의 동안으로 로맨스물에 많이 나왔지만, ‘피에타’ ‘잉투기’ ‘명량’ 등 독특한 배역에 도전한 적도 많았다.
“어릴 때는 외모가 장점이었다. 누구의 동생이나 누구의 귀여운 후배 역이 많았고,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내면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점점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
권율은 “‘달콤한 인생’의 남자들 얘기 같은 마초적인 누아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최악의 하루’에 한예리와 함께 출연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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