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실 창업’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실험실창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활용해 창업한 10년 이내 기업 3850개 가운데 최근 3년간 매출과 고용이 동시에 20% 이상 증가한 고성장 기업 비율은 19.5%로, 일반 활동기업(2.1%)의 약 9배에 달했다. 저성장과 고령화, 생산성 둔화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생존 중인 연구실 창업 기업이 3850개에 달한다는 점은 의외다. 대학 연구실 창업은 일부 교수와 연구자의 특별한 사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바이오와 AI, 반도체, 신소재 같은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창업 생태계가 일정 규모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고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평균 고용은 2019년 6.9명에서 지난해 9.6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증가했다. 초기 단계의 소규모 기업들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도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자동화와 해외 생산 확대로 예전 같은 대규모 고용 창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청년층 수십만 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한창 일할 나이에 ‘쉬었음’ 상태에 머물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혁신 생태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때맞춰 정부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 붐 조성에 나선 것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1차 모집에만 6만2944명이 몰렸고, 오는 7월 선발 규모를 두 배로 늘린 2차 프로젝트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년과 지역 참가자 비중도 높았고, 참가자 조사에서는 창업 진입 장벽과 실패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원금을 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멘토링과 AI 솔루션, 투자 연계, 글로벌 진출 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술창업 기업들은 규모가 여전히 작고 실패 위험도 높다. 자금과 시장 연결이 부족해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규제와 행정 부담, 실패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모험적 창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창업이 들불처럼 일어나려면 무엇보다 ‘일단 해보자’는 분위기부터 살아나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규제를 줄여 도전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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