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어떻게 끝나더라도 글로벌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 연설을 통해 “확실한 것은 새로운 평화가 이어져도 성장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예전 상태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정치학적으로는 지리한 휴전 협상이 계속되면서 중동 전황이 저강도 분쟁 상태로 장기화하고 미국 중심 동맹 질서는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세계가 중동 전쟁 전과 후로 나뉘는 근본적 질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며, 경제는 고물가 경기 침체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란전으로 인해) 우리 모두 에너지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됐고 세계 공급망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통행의 미래도, 지역 항공 교통의 회복 여부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니얼 바이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불안한 미·이란 휴전’이라는 논평에서 “양측 입장차가 매우 크고 모두 자국 국민에 ‘승리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하고 있어 협상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휴전의 무기한 지속가능성을 내다봤다. 바이먼 교수는 전세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경제 성장이 저해되는 한편, 미국으로선 장기적으로 동맹 약화라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S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고 물가 상승률은 1.8%에서 2.7%로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종전 후 국제유가를 90달러, 117달러, 174달러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요컨대 고물가·고유가·고환율과 1%대 저성장이 우리 경제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지난 3월 수출(861억달러)과 2월 경상수지 흑자(232억달러)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지수도 중동 전쟁 여파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과 증시 모두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이고, 원유·원자재 수급난은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수출·산업 구조 개혁과 원전 및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 노동 유연성 확보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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