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3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의원-장관 겸직 의사를 분명히 하고 주요 논란과 의혹에 대한 해명 및 방어에 나섰으나 결국 여론과 여야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인사청문회도 열기 전에 낙마한 것이다. 무엇보다 용 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실패다. 또 ‘비례 재선’의 자격으로 계속해온 용 의원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엄중한 국민적 평가의 결과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쟁점에 조목조목 항변하기에 앞서 국민 다수가 왜 자신을 사실상 정치적으로 ‘불신임’했는지 스스로 따져묻지 않고서는 향후 용 의원의 의정활동도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다만 사태의 원인을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와 용 의원 개인의 잘못만으로 한정지어서도 안된다. 용 의원은 우리 정치사에서 ‘희귀한’ 30대의 청년, 여성, 소수정당 의원이다. 이 대통령이 용 의원을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을 때는 분명 상징적인 의미를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용 의원 개인의 정치 활동과 소속당인 기본소득당의 운영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 의원의 낙마는 제도권에서 청년·여성·소수정당 정치가 다시 한번 패퇴했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성 세대·정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서는 청년, 여성, 소수정당의 정치가 입법·행정부에서 ‘시민권’을 얻기 힘든 제도와 정치구조다.
용 의원의 입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년과 여성, 소수정당,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사실상 거부당했다. 용 의원의 사퇴 발표 직전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사안(용 의원 거취)으로 청년 세대의 여론이 들끓고 있고,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용 의원의 장관 임명에 대해 전체 응답자에서는 물론이고 20~30대, 여성, 진보성향층 각각 부정 여론이 더 많았다. 여성주의(페미니즘) 운동단체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소수진보정당인 정의·노동·녹색당은 각각 용 의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청년·여성·소수진보정당 정치인으로서의 대표성이 부정당한 것이다.
청년, 여성, 소수정당 정치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젠더 갈등, 정치적 요구의 다양화 추세에 맞춰 정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보편의 과제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청년·여성·소수정당 정치가 거대 양당의 들러리(위성)가 되지 않으면 제도권에 진출하기 어려운 기형적이고 왜곡된 구조에 있다. 모두 기성 세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당장 위성정당의 출현은 법·제도적으로 봉쇄하되, 다양한 소수정당의 활동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청년이 각 당에서 공천, 정책, 의사결정에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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