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하루만 레바논 공습 놓고 신경전
이란 “3개 위반” 호르무즈 재봉쇄 거론
트럼프 “레바논, 휴전합의 불포함” 일축
밴스 “이란측, 영어 잘 이해하는지 의문”
이 “레바논 공습 자제” 결렬 우려 진화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인 8일(현지시간) 합의 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미 휴전 조건 일부를 위반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카드로 압박했다. 이에 미국은 레바논은 휴전합의 사항이 아니라며 이란을 향해 “합의를 깨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말해 그들이 합의 약속을 깬다면 심각한 대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있고, 우리는 휴전 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휴전이자 협상이라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그들이 제공한 것은 해협이 재개방되리라는 것이고,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란이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우리의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란은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전쟁으로 돌아갈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런 발언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가능성까지 거론한 데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밴스 부통령은 특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엑스에 올린 글을 겨냥해 “말이 안 돼서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이 휴전 조건을 어겼다”며 ▷레바논 공격 ▷이란 일부 영공에 대한 드론 침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 등 3가지를 위반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파키스탄 총리의 약속은 모든 곳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이었다”며 “협상을 위한 실질적 기반인 휴전 조건이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공연하고 명백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휴전 합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우리도 이스라엘도 그것이 휴전 협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P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공격을 알고 있다며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레바논 공격이 합의에서 제외됐느냐는 질문에는 “헤즈볼라 때문”이라며 “그것도 다뤄질 것이다. 괜찮다”고 답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시온주의자 정권이 베이루트에서 다시 잔혹한 학살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명백한 휴전 합의 위반이자 인도적 범죄로 규정하며 “배신적인 미국과 그들의 파트너인 시온주의자 정권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 따라 이란에 대한 공격은 중단했지만,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은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최소 112명이 사망했고 837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도 휴전을 중재한 파키스탄 측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휴전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엑스에 “분쟁 지역 여러 곳에서 평화 프로세스의 정신을 훼손하는 휴전 위반 행위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이 합의된 대로 2주간의 휴전을 존중하고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도 협상 동력 유지에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은 우리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레바논에서 공격을 좀 자제하겠다고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휴전 합의의 일부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우리의 성공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