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이 코스피 5000지수라는 미증유의 지평에 진입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에 대한 재평가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선진 시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이 순자산 380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한 점은 이러한 지수 상승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남은 본질적인 과제는 이러한 지표 상승의 ‘견고함’과 ‘시스템적 복원력(Resilience)’을 확보하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화는 지수의 팽창을 넘어, 시장 구성원 모두의 신뢰를 담보하는 구조적 거버넌스의 확립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업·투자자가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는 ‘밸류업 체계’의 공고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이자 촉매제로서 제도적 인프라를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화와 중복상장의 원칙적 제한은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고 주주 환원 정책을 구조적으로 변모시킬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 나스닥(NASDAQ) 모델을 벤치마킹해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리그로 개편하고, 성과에 따른 ‘승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차단하고 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특히 상위 10% 이내의 소수정예 종목으로 구성될 ‘코스닥 프리미엄 지수’와 이와 연계된 ETF 상품은 기관 및 장기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경영 인프라로 내재화해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장기적인 신뢰가 축적될 수 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하여 책임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고, ‘완전 액티브 ETF’와 같은 혁신 상품을 통해 밸류업 기여도에 따라 자본을 선별 배분하는 선순환 체계가 결합돼야 한다.
한편으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초래하는 시스템적 취약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국이 증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이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도 내포한다. 실제로 2026년 3월 현재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가 839억원에 달하고, 20대 소액 ‘빚투’ 투자자의 손실률이 일반 투자자의 3.2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엄중한 경고등이다. 리서치 사각지대를 해소해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투자자의 뇌동매매를 방지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이 절실하다. 증권사는 신용융자 및 CFD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여 무분별한 신용거래 유도를 지양해야 한다. 최악의 손실 시나리오를 안내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밸류업과 리스크 관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탱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코스피 5000이 신기루에 그치지 않으려면 성장의 속도 만큼이나 규범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기초가 견고할 때 비로소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는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