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상대로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제조업 ‘과잉 생산’을 이유로 한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상호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은 뒤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관세를 부과했던 무역법 122조 조치의 150일 시한이 끝나기 전에 이를 대체할 관세 체제로 옮겨 가려는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이나 산업이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정책·관행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보복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 대표적인 통상 제재 수단이다. 조사 결과 해당 국가의 조치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 것으로 판단되면 고율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다양한 보복 조치가 가능하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각국의 ‘과잉 생산’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자국 소비를 넘는 생산 능력이 대량 수출로 이어져 미국 제조업의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USTR은 한국에 대해 전자장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에서 대규모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대미 흑자가 277억달러에 달했고 반도체(111억2000만달러), 일반 기계(91억1000만달러), 차 부품(73억2000만달러), 컴퓨터(48억4000만달러) 등이 흑자를 기록했다.우리 주력 수출 품목들이 조사 대상에 망라된 셈이다.

이번 조치가 한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합의한 15% 상호관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301조는 필요할 경우 추가 관세나 보복 조치로 확대될 수 있는 강력한 통상 수단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가 제기돼 온 철강과 석유화학은 집중적인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은 디지털 규제와 의약품 가격, 쌀 시장 접근성 등 비관세 장벽 문제까지 추가 조사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새로운 통상 압박 국면이 시작됐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이 상황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이미 약속한 대미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하는 일이다. 국회가 이날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약속한 투자 프로젝트를 일정대로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은 통상 협상의 신뢰를 지키는 동시에 추가 압박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온라인플랫폼법 등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될 수 있는 규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문제 제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대미 투자만 믿고 있다가 발등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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