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차기 사장으로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무인기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일각에서는 ‘FA-50과 수리온 수출, KF-21 분담금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영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 어떻게 조직과 원가, 노무를 총괄하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KAI가 처한 본질을 간과한 평가다. KAI는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라 국가 방위사업의 핵심 플랫폼 기업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항공기 제작 기술자’가 아닌 ‘방위사업을 종합설계할 수 있는 전략가’다.
김종출 내정자는 말 그대로 ‘방산맨’이다. 공군사관학교 졸업 후 23년간 군복무하며 항공사업단에서 KT-1, T-50 개발 관리를 직접 경험했다. KAI의 주력 수출 기종의 탄생과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력이다. 전역 후에는 방사청 개청준비단에 참여해 창설 핵심 주역으로 활동했고, 이후 방사청 기획조정관, 방산수출지원팀장, 절충교역과장, 전략기획단 부단장, 지휘정찰사업부장, 무인기사업부장, 국방기술보호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120개가 넘는 무기 개발·도입사업을 주도하며 대한민국 방위사업법령과 전반적인 정책체계에 그의 손길이 스며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인기, 정찰위성, 국방AI, C4I체계 등 미래전장 영역에서의 경험은 오늘날 K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KF-21 개발 마무리와 수출, FA-50 글로벌 확장, 수리온 계열 다변화는 단순 영업이 아니라 국가 간 신뢰, 절충교역, 기술보호, 금융 패키지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위사업 역량을 요구한다. 해외 방위사업 관계자들과 협력해 온 그의 네트워크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KAI에는 정부·군·산업·해외 파트너를 연결해 본 경험이 절실하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 주주인 공적 성격의 기업이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기업 경영자인 동시에 국가 방산전략의 조정자여야 한다. 일부 전임 사장들이 항공·방산 전문성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세계 방산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K-방산이 세계 4위권 도약을 노린다면, 핵심 기업을 방위사업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시의적절하다.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 TAI가 KAI를 벤치마킹해 성장했고, 이제는 5세대 전투기 ‘KAAN’으로 추격하며 역전까지 거론된다. 이러한 격랑 속에서 필요한 리더는 보여주기식 경영자가 아니라 복잡한 방위사업 구조를 이해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문화를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방위산업은 공정성과 청렴성이 생명이다.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으로 평가받는 그는 전임 경영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참신한 카드다. 조직을 장악하기보다 원칙과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는 리더십이야말로 KAI에 필요하다.
KF-21 수출 테이프를 끊고, FA-50과 수리온 시장을 넓히며, 무인·우주·AI로 확장하는 미래 청사진을 완성하는 것. 과제는 무겁다. 그러나 국가방위사업 체계를 설계해 온 전문가에게 K-방산의 심장을 맡기는 선택은 결코 모험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김종출 내정자는 KAI를 넘어 K-방산의 다음 도약을 이끌 적임자다.
진호영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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