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비공개 증언…엡스타인 몰랐다고 강조

“트럼프에게서 관심 돌리고 덮기 위해 내게 강요” 주장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의회 조사 일환으로 미 하원 의원들 앞에서 비공개 증언을 한 후 뉴욕 채퍼쿠아 공연예술센터 밖에서 발언하고 있다.[AP]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의회 조사 일환으로 미 하원 의원들 앞에서 비공개 증언을 한 후 뉴욕 채퍼쿠아 공연예술센터 밖에서 발언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범죄자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해 의회에서 비공개 증언을 했다. 전(前) 영부인이 의회에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뉴욕주에 있는 자택 인근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연방하원 감독위원회의 비공개·녹화 증언(deposition)에서 자신은 엡스타인의 범행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전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난 여러분의 조사에 도움이 될 지식이 없다”며 “나는 엡스타인을 만난 기억이 없다. 그의 비행기를 탄 적도 없다”며 “그의 섬이나 집, 또는 사무실을 방문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해 증언하게 된 경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 간의 모종의 관계를 덮기 위해 자신에게 관심을 쏟게 한 술수라고 트럼프 측을 비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정당한 해명 요구에도 그것을 덮기 위해 내게 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회가 엡스타인의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는 데 진지하다면, 현직 대통령의 관여 여부에 대해 (그의) 언론과의 즉석 문답에 의존하는 대신 엡스타인 파일에 수만 차례 등장하는 문제에 대해 그에게 직접 선서 하에 질문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의회 증언대에 세우라고 요구했다.

그는 공화당의 주도 아래 자신과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소환한 데 대해 “마구잡이식 수색”이라 비판하면서 “무엇이 억제되고 있는가. 누가 보호되고 있는가. 그리고 왜 은폐되고 있는가”라며 ‘엡스타인 파일’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촉구했다.

클린턴과 그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첫 대선에서 맞붙었던 자신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망신을 주기 위해 공화당을 통해 의회 증언대에 세웠다고 주장한다. 비공개 증언은 사진 촬영도 금지됐지만, 극우 성향의 로렌 보버트 의원(공화·콜로라도)이 클린턴 전 장관의 모습을 찍어 외부로 유출했다는 논란이 일어 이날 증언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는 27일 하원 감독위 증언대에 선다. 전직 대통령과 전직 영부인이 의회 소환을 받고 증언대에 서는 것은 첫 사례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지난 2024년 회고록에서 엡스타인의 범행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회 증언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당초 자신들에 대한 소환이 “매카시즘”이라며 거부하려 했지만, 의회모독 혐의로 고발될 상황에 몰리자 이달 초 증언에 응하기로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성범죄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채 친밀한 자세로 앉은 사진 등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다른 여성과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파일을 공개한 법무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욕조 사진 중에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