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용한 공공기관의 청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같은 의문이 들 때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참고해 볼만하다. 국민권익위는 올해도 중앙행정기관, 지방정부 및 의회,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국공립대학 등 709개 기관의 청렴 수준을 측정해 지난 23일 발표했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는 각 기관의 청렴 수준 진단을 통해 자율적인 청렴 노력을 이끌기 위한 제도로 2002년 시작됐다. 2012년 ‘UN공공행정상’ 대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협력해 세계 각국에 청렴도 평가 제도를 전수하고 있다.
올해는 모든 기관 유형에서 청렴도가 직전 평가에 비해 향상됐다. 2022년 종합청렴도 평가 체계로 개편한 이후 처음 보인 상승세로 각급 기관의 꾸준한 반부패 노력이 청렴도 향상의 성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청렴도 평가를 위해 시·도교육청과 국공립대학에서 학생 대상 청렴교육을 강화한 것으로 확인되어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미래세대 청렴교육 의무화 추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이번 청렴도 평가는 각급 기관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청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 또한 보여주었다. 민원인이 공공기관 업무처리 과정에서 경험한 부패경험률은 금품·향응수수, 편의 제공 등에서 여전히 높게 나타났으며, 국공립대학은 연구비 등 유용·횡령 사건이, 지방의회는 지방의회 의원의 부패사건이 청렴도 평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되어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으로 종합청렴도 평가 제도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전 세계적으로 부패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우리도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부패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행 청렴도 평가는 이미 매년 30여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700여 개 공공기관의 반부패 추진 실적, 부패사건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연관 데이터를 융합·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과 부패 발생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평가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청렴도 평가가 세계적 수준의 부패 예방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청렴성·투명성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현재 30위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순위 또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민권익위가 실시한 부패인식조사에서 일반국민 응답자의 57.6%가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패하다”고 답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한 관습과 관행이 지목된 것은 공직사회의 청렴 노력이 아직 국민에게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청렴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결국 국민의 인식이다. 국민권익위는 우리나라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청렴한 국가가 되도록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의 개선·발전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의 청렴 노력을 이끄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