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가까이 중소기업계를 취재하며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다. 5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한 노(老) 기업인부터, 이제 막 창업한 20대 청년 창업가까지. 국가 경제와 기업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들을 다양한 현장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됐다.

중소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물었다. “요즘 경기 어때요?”

기업 규모나 업종을 불문하고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최악입니다”

중소기업은 늘 힘들었다. 지금껏 그래왔다. 환율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기회가 생기는가 하면 곧바로 위기가 뒤따랐다. K-컬쳐가 지구촌을 달구며 ‘Made In Korea’의 이름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지금의 잔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회사를 경영하며 지금껏 한 해도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70대 중소기업 대표의 푸념을 한 귀로 흘릴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은 왜 힘들 수 밖에 없는가? 이유야 수십 수백가지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만 적어봤다.

대기업 중심의 원하청 구조, 불공정한 거래 관행, 청년 인력의 미스매치, 대기업과의 임금·복지 격차, 부동산·임대료 부담, 과도한 경쟁과 포화된 시장,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 가업승계 감소 등 불투명한 회사의 미래….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규제다. ‘중대재해처벌법’ 틀에서 보면 각 사업장에서 직원 부주의로 일어나는 안전사고에도 오너 혹은 대표가 전과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이 일상화되면, 당장 생산중단을 넘어 원청 대기업의 해외 거래처 확대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거란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 불안, 통상부문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처럼 어찌할 도리없는 변수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족쇄는 너무도 많다. 현 정부는 물론 앞선 정부들이 입모아 외쳤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는 여전히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하다.

실제 중소기업인들이 보는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년 경영환경을 전망한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호전될 것’이라는 답은 21%에 그쳤다. 중소기업계 곳곳에서 들릴 아우성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기업 수의 99.9%, 고용인구의 81%, 전체 기업 매출의 45%를 담당하는 국가 경제의 뿌리다. 뿌리가 흔들려선 줄기도, 잎도, 열매도 건강할 수 없다 .

이제 곧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는다. 병(丙)은 불(火)과 붉은색을, 오(午)는 말을 상징한다. 붉은색은 생명력·열정·성장을, 말은 이동·자유·도전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맞서, 도전과 열정으로 산업현장에서 기업을 일구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모습과 꼭 닮았다. 병오년에는 중소기업들이 더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과감한 규제 개혁과 세밀한 정책 지원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유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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