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꼭 1년이 됐다. 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국회에 군병력을 난입시킨 계엄사태로 우리 공동체는 파국을 맞을 뻔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행동했고 제도가 작동했다. 맨몸의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선 가운데, 한밤중 본회의장에 모인 190명 의원들이 계엄해제를 결의했다. 겨울 너머 봄까지 시민들은 거리를 지켰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6월 새 정부가 들어섰고, 오늘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가권력의 범죄를 나치 전범처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무도한 정권의 독재” “내란몰이”라고 맞섰다.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의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구속 영장은 3일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계엄을 막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 가진 ‘공동체의 지속성’에 대한 강고한 믿음이었으며, 제도로 축적된 민주화 운동의 경험이었고, 시민의 행동으로 구현된 민주주의 의식이었다. 국민들은 헌법의 평화적인 작동을 명했고 1948년의 제헌헌법에서부터 유래된 국회의 계엄 해제권과 1987년 6공화국 헌법에서 신설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권이 차례로 실행됐다. 민주화의 역사는 산업화로 일군 국민의 일상을 그렇게 지켜냈다.
그러나 1년 후 정치는 더 양극화됐고, 민생은 여전히 위태롭다. 여야는 서로 청산해야 할 “내란세력”과 타도해야 할 “독재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계엄으로부터 공동체를 지켜낸 법과 제도는 여야 모두로부터 현재적 실효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사법행정위원회, 법왜곡죄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야당은 특검을 ‘정권의 하명 조직’으로 비난하며,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여전히 불복하는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새 통상전쟁과 고환율, 고물가의 파고는 더 엄혹해졌다.
무엇보다 정당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여야는 상대를 절멸의 대상으로 삼는 자세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대화해야 한다. 계엄 사태의 완전한 종식에는 사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전 정부의 계엄 및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우리 사회가 준거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사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는 현재를 돕고, 죽은 자는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한강 작가의 질문은 이제 ‘현재가 미래를 구하고, 산 자는 살아갈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 돼야 한다. 우리는 다음세대에 어떤 제도와 가치, 자산을 물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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