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현행 ‘20:1 이하’에서 ‘1:1’로 바꾸는 ‘1인1표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섰다. 대표성에 따른 가중치를 없애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 경선룰을 현행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에서 각각 70%와 30%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여야 모두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구조를 개편하자는 것인데, 중도층을 외면하고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만 더 키워 정치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에선 정청래 대표가 ‘당원주권주의’를 내세워 1인1표제를 밀어부치고 있다. 이에 친명(親이재명계)까지 가세한 당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1인1표제에 대한 당원 의견수렴 투표를 진행해 86.8%의 찬성을 얻었다고 발표했으나 ‘졸속추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당원이 많은 호남과 특정 성향 지지층 의사가 ‘과잉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인1표제 추진의 명분이 된 당원 투표 참여율도 전체 투표권자의 16.8%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원투표 70%’안을 최고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세 확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당원 및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져 오히려 중도층 확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당 안팎 우려도 만만치 않다. 나 의원은 최근 방송인터뷰에서 ‘윤 어게인’이나 ‘부정선거’ 주창자들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동혁 대표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강경 우파 세력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 모임 강연에서 친민주당 성향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목해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권 비판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장 대표는 23일 경남 집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언급하며 “괴물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막론하고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정치, 극단화를 더 부추기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인 이유다. 허울뿐인 ‘당원민주주의’를 내세워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여야 모두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강성 지지층에만 바라보는 정치는 당장 입에 달 수는 있으나, 결국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자멸의 길이 될 것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