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9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법인세 유효세율 국제 비교’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 기업들의 유효세율은 24.9%로 OECD 평균(21.9%)과 주요 7개국 평균(24.1%)을 웃돈다. 세 부담 증가 속도는 ‘톱3’다. 2017년 대비 2023년 한국의 유효세율은 1.9%포인트 상승했는데, 영국(4.7%포인트), 튀르키예(4.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세금 부담만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OECD 주요국과 대비된다. 주요 7개국(G7)중 프랑스,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은 세율을 낮췄고, 영국과 이탈리아만 올렸다. 기업 부담을 줄이고 기업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 회복을 도우려는 전략이었다. 반면 한국은 성장률이 2017년 3.4%에서 2020년 -0.7%까지 떨어지는 동안에도 세 부담을 늘렸다.
지금 기업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중국 제조업의 급성장, 대미 관세와 투자 압박 등 외부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년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니, 기업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구간별 1%포인트 인상안, 대기업 상위구간 인상, 차등 인상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확장 재정 기조와 100조원 적자 예산에서 세수 확보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향후 5년간 약 18조5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이 전체 부담의 60% 이상, 중소기업이 30% 정도를 책임지게 된다. 경기 침체와 관세 여파로 숨 돌리기조차 어려운 기업들에는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세수는 기업이 장사를 잘 하면 자연 늘어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낸 세금만 6조 원이 넘는다. 작년보다 9배나 늘어났다. 기업을 옥죄 세금을 짜내는 것보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성장하도록 환경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요국이 법인세를 낮춰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다만 법인세 세수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다. 지난해 세액이 급감한 것도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었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기업 경쟁력이 높으면 경기 민감도는 낮아진다. 단기 세수 확보에 연연하기보다 기술 혁신과 투자를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투자와 고용, 세수 증가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소한 우리 기업이 불리한 환경에서 뛰지 않도록 경쟁국 수준의 세제 환경을 마련하는 게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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