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한 이후 2주 넘도록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악화일로다.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중국이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나날히 경고 수위를 높이고 보복조치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군은 일본의 대만 개입시 “반드시 정면 공격할 것” “일본이 전쟁터로 전락할 것”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비참한 대가를 치를 것” 등 섬뜩한 메시지를 대규모 군사 훈련 영상과 함께 연일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민중의 공분’을 들어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 문화 교류 제한 등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양국 모두 ‘출구전략’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일본 총리의 발언 철회와 사과 없이는 보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으로선 중국의 노골적인 비난에다 자국 국장급 외교 관료가 상대에게 굴욕을 당하는 영상까지 공개된 마당에 총리의 언행을 물리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발언 철회를 한다면, 다카이치 총리 전에는 명시적으로 공표된 적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대만 유사시=일본 존립 위기’라는 사실상의 ‘안보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자국 내 지지율도 퇴로를 막는 요인이다.
우리도 마냥 ‘제3자’일 수 없다. 혹여 양국간 군사적 긴장 상황이 고조되면 우리에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중일 관계에의 악영향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는 중국측 통보로 잠정 연기됐다. 일본이 의장국인 ‘3국 정상회의’도 당초 연말쯤 개최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성사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중일갈등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자세와 현명한 대응전략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말은 일본 군사력 증강과 중국 견제 노선에 바탕하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계산되지도 내부적으로 합의되지도 않은 발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 정상의 섣부른 말한마디가 외교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지율에 의존하는 정치가 정작 국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도 엄중한 교훈이다.
중일갈등에 ‘반사이익’을 따지는 경솔하고 순진한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당장 우리 숙원인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는 미중 간,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상 민감한 문제다.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일 관계에도 중일갈등은 중대 변수이자 악재다. 말을 앞세우지 않고 실익부터 따지는 것, 타국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며 국익을 추구하는 것, 친미·반미 친중·반중 친일·반일 따위의 소모적 ‘프레임’(구도)에 갇혀 오판하지 않는 것이 절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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