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업 총수들과 가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계기로 해서다. 이 자리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450조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25조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00조원을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를 이끌 한화그룹과 HD현대도 각각 11조원과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셀트리온도 3년간 4조원의 국내 시설 투자를 약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당초 2028년까지 128조원 규모로 계획했던 국내 투자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예상한 증액분을 제외하더라도 이날 7개 기업이 밝힌 규모만 5년간 총 830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통큰 결단을 하게 된 것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투자를 하게 되면서 국내 투자에 공백이 발생하고 일자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중심의 ‘초혁신경제’와 청년 고용 창출, 지방 균형 발전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호응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삼성은 평택사업장 5라인을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전남과 경북 구미에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광주엔 최근 인수한 플랙트그룹의 국내 사업장을 건설한다. 울산은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매년 6만명의 고용계획도 밝혔다. 현대차의 투자는 AI와 로봇,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정 회장은 “올해 7200명을 채용했으나, 내년에는 1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친기업, 반기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모험적인 투자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구개발(R&D) 또는 위험영역에 투자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가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하는 등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규제완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 지적해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례없는 규모의 기업 투자에는, 정부가 전례없이 과감하고 빠른 정책으로 화답해야 한다. 선제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기업이 도전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암초를 뽑고 위험을 감당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기업 투자를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연료로 제대로 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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