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벨과학상에 한국은 없었다. 화학상은 기타가와 스스무(일본 교토대), 리처드 롭슨(호주 멜버른대),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등 3인에 돌아갔다. 물리학상 수상자는 존 클라크(UC버클리대), 미셸 드보레(미 예일·UC샌타바버라대), 존 마티니스(UC샌타바버라) 교수 등 3인이다. 생리의학상은 미국 생명과학자인 메리 E. 브렁코와 프레드 램즈델, 일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교수가 받게 됐다. 국적별로는 4명이 미국(공동국적자 포함)이고, 일본 2명, 영국·프랑스·호주 각각 1명씩이다. 소속 대학·연구소는 6인이 미국 소재이고 일본 2곳, 호주 1곳이다.

최근 한국이 각 분야에서 거둔 성취와 세계적 주목도를 기려 어디에나 ‘K’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지만, 유독 과학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새삼 입증됐다. 매년 노벨상 발표 후 “이번에도…”라며 수상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굳어졌고 올해도 어김없다. 최근엔 이마저도 시들해진 분위기이지만 노벨과학상의 실적은 기초연구 수준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와 학계가 과거보다 더 각별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올해 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역대로는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등 총 27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수상자 2명은 모두 연구가 독창적이어서 초기에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요리우리 신문은 “과학의 세계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 많다”며 연구 시점에는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응용할 곳이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논평을 달았다.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 창의적이고 집요한 연구를 독려하는 학계 풍토,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이 일본 과학 발전의 발판이라는 것이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을 전년 대비 19.3% 증액해 역대 최고인 35조3000억으로 편성했다. 이중 전략기술 분야는 29.9% 늘어난 8조5000억원, 기초연구는 14.6% 더한 3조4000억원이다. 전임 정부에서 삭감돼 논란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행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도 여러 모로 부족하다.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교수는 자국 정부에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며 면역 분야 연구자금이 독일 대비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연구자와 유력 논문이 줄어들고 있다는 일본 언론 지적도 나왔다. 일본도 이 정도다.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투자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할 국가적 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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