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재가 만난 자리, 외나무다리 위에서 즐긴 사흘간의 잔치
고택과 강, 그리고 사람들이 빚어낸 ‘머무는 시간’의 풍경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3일 오후 영주 무섬마을, 가을빛에 물든 외나무다리와 고택이 어우러진 마을 안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부터 카메라를 든 여행객까지, 좁은 길마다 발걸음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린 개막식은 마을 주 무대에서 펼쳐졌다. 외나무다리 퍼포먼스가 첫 무대를 열자 숨죽이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고, 전통혼례 재연이 이어지자 순간,무섬마을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와 경전성독 합동공연, 무섬 놀음 한마당, 지역 예술인의 무대가 연달아 이어지며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둘째 날인 4일은 어린이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동네 축제처럼 신나는 어린이 퍼레이드와 전래놀이극, 마당극이 펼쳐진다.
저녁에는 ‘퓨전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가’가 무대에 오른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공연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날인 5일, 무섬마을 백사장을 가로지르는 전통 상여 행렬. 상여꾼들의 구호 소리가 메아리치고, 외나무다리를 장엄하게 건너는 순간 마을 전체가 숨을 고른다.
축제의 묘미는 체험이다. 아이들은 백사장에서 맨발로 흙을 밟으며 뛰어놀고, 어른들은 전통 고기잡이인 ‘겨메기’를 체험하며 흥겨운 웃음을 터뜨린다. 느린 편지를 쓰는 이, 인생네컷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연인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천천히 거니는 여행객까지—누구나 제각각의 속도로 무섬을 즐긴다.
곳곳에 마련된 전시와 포토존도 발길을 붙잡는다. 천연염색 패브릭의 은은한 색감, 수채화 속에 담긴 무섬의 풍경, 밤이면 불을 밝히는 외나무다리의 조명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올해 축제는 특히 다르다. 기간이 2일에서 3일로 늘고, 프로그램도 대폭 보강됐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전통 공간을 열고 손님들을 맞으니,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라 마을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잔치가 된다.
유정근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개막 현장에서 “무섬외나무다리축제는 영주의 전통과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가을 명품 축제”라며 “체험과 공연, 전시를 강화한 만큼 영주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흐르는 시간 위에 선 무섬마을, 그 다리 위를 건너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오래도록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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