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기관, 대체 언제까지 팔까.’
하반기 들어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치열한 수급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의 순매도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등 국내 증시에서 하반기 들어 35거래일 동안 순매수는 단 5일에 불과했다. 나머지 30일은 모두 순매도였다.
하반기 동안 기관의 누적순매도액은 5조8872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5조979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기관과 대조를 보였다.
5일의 순매수만 별도로 더해보면 2220억원에 불과한 반면, 30일의 순매도 합은 6조1092억원이었다.
올 한 해 전체로 보면 기관의 순매도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올해 기관은 9조364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사들인 9조8275억원과 맞먹는 것이다.
156거래일 동안 순매수는 46일에 불과했고, 나머지 110일은 모두 순매도였다.
투자 주체별로 구분하면 올 한 해 연기금의 매도세는 23억원 순매도로 거세지 않으나 투신권이 5조3004억원, 사모가 1조5731억원, 금융투자가 1조5553억원으로 순매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수 증시 전망에 대해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은 “코스피 역시 연중 최고점을 갱신하면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 둔화, 기관의 매물 출회가 이어지면서 상승 탄력은 둔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지수의 상승 탄력에 대한 둔화가 예상되지만 외국인 순매수 지속에 따른 상승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이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향 글로벌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국내 증시에서도 현ㆍ선물 외국인의 순매수 스탠스가 여전히 지속 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수가 연중 고점 기록 후 등락 과정을 보이면서 투신의 펀드 환매 규모 역시 감소되며 외국인 유동성이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세에도 기관 매도,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등 때문에 코스피 상승 탄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는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순매수 업종 및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기관투자자 가운데서도 투신권의 자금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투신은 국내주식형펀드 등 증시관련 금융상품의 차익실현을 위해 순매도를 이어간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연간 순매수액을 따라가보면 과거만 해도 투신은 지금과는 달리 증시에서 매수를 주도하는 주체였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99년 투신의 순매수는 13조7416억원이었다. 현재까지의 순매수를 비교하면 순매수보다 순매도가 월등히 많긴 하나, 지난 2005년 10조4361억원, 2006년 6조4458억원, 2007년 4조5632억원을 순매수했다.
3년 연속 순매수 이후, 9년 연속 기관의 순매도세를 주도하며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999년 1월 4일 코스피 지수는 587.57이었고 현재(19일)는 2056.24로 3.5배 가량 올랐다.
투신은 싸게 샀다가 비싼 값에 팔아야 펀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므로 순매도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 1999년 1만원에 산 주식을 지금 팔 경우 매도액은 3만5000원 수준이다. 2만5000원의 순매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집합투자기구들의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은 2007년 말 73조8851억원에서 지난해 말 59조9954억원으로 감소했다. 18일 현재는 54조6947억원으로 계속 감소세다.
최근 코스피는 몇 년 간의 박스권 장세로 ‘박스피’란 오명을 쓰고 있다.
국가 경제성장률은 점점 둔화되고 수출 증가세도 이전만 못하다. ‘게임체인저’가 없는 경제는 정체될 수밖에 없고 성장동력을 잃은 증시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개인이 증시에서의 직접투자에 대한 매력을 잃고 펀드 등 기관의 금융상품으로만 투자하고, 개인투자자가 사라진다면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 기관과 기관끼리의 경쟁시장이 된다. 차익실현을 위한 기관끼리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수 있다.
주식시장이 누군가 수익을 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면 성장동력이 떨어진 시장에서 투자주체가 하나 사라지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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